새벽의 두께

채워지지 않는 하루

by 송영희



새벽에 홀로 깨어

창밖을 바라보니

퇴색된 둥근달이 나의 발등에 내려앉는다


바깥의 소음도 고요의 근처로 가라앉고

침묵은 새벽을 향해 몸을 늘리고 있다


아침이 다가오는 미세한 속삭임

어둠은 하늘을 향해 지워지고

졸고 있는 나무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면

나도 따라 기지개를 켜고

새벽 공기에 온몸을 적신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태양이

흐리고 어둑한 것을 거두어내면

손에 닿지 않은 어제가 녹아내리고

얼룩진 마음과 상처도

어둠의 두께에 쌓여 지워진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오고야 마는

오늘

먼 산에서부터

새벽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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