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 전원주택 있다.
누구나가 전원주택이 있고
텃밭이 있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모르시는 말씀
여름에는 벌레와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나는 매번 풀과 모기에게 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에 한 번
가는데 폭염으로 저녁과 새벽에
잠깐일을 하고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갔다가
일요일 오전에
부랴부랴 집으로 온다
몸에 좋은 채소는
이름하야 유기농채소는
농약도 비료도 필요 없고
물만 잘 주면 된다고 하니
남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이가 달린 것을 보니
하나 같이 음표 같았다.
'여보. 오이가 왜 이래.'
'다들 영양실조 걸렸나 봐.'
나의 말에 진정성 없이하는 말
그래도 먹는 데는 지장 없어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음식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망설이자
하나를 깎아 먹더니 맛있는데
그럼 당신 다 먹어
나의 말에 이 오이를 먹으면
노래를 잘하게 돼
먹어봐 하고 내 입에 넣어준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나는 하나를 더 깎아 먹고서야
물만 주고 키운 오이가 달큼한 게
고마웠다.
음표 같지만 옆으로 잘라서
씨를 바른 다음 절인 후
물기를 빼고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렸다.
식구 모두 몇 수 푼 씩 떠서
따뜻한 밥에 비벼 먹었다.
남편은 밥을 다 먹고
같이 합창을 해볼까 너스레를 떤다.
깜양에는 농사를 좀 안다고
큰소리 쾅쾅 쳐놓고
오이의 모습이 형편없으니
겸연쩍어서 하는 행동 같았다.
"부치기도 잘 부친다."
다음에 오이 심을 때 공부를 하고
심어야지 내년에도 오이가
음표 같으면 농사 때려치워야지
계속해서 음표 같은 오이만 달리면
누구하고 나누어 먹을 수도 없으니
당신이 다 먹어야 해.
나의 잔소리에 남편은
"두고 봐. 내년에는
니 다리통 같은 오이를 수확할 거니까!"
"여보. 내 다리통 같으면 노각이야."
그 말을 들은 딸아이가
"엄마. 나는 노각 무침도 좋아."
부녀지간의 울림이
나에게 전해지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잊었다.
최선을 다하는 남편의 농작물에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