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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04. 2024

음표가 된 오이

어쩌다 농부가 되었어요






여주에 전원주택 있다.

누구나가 전원주택이 있고

텃밭이 있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모르시는 말씀

여름에는 벌레와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나는 매번 풀과 모기에게 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에 한 번

가는데 폭염으로 저녁과 새벽에

잠깐일을 하고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갔다가

일요일 오전에

부랴부랴  집으로 온다

몸에 좋은 채소는

이름하야 유기농채소는

농약도 비료도 필요 없고

물만 잘 주면 된다고 하니

남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이가 달린 것을 보니

하나 같이 음표 같았다.

'여보. 오이가 왜 이래.'

'다들 영양실조 걸렸나 봐.'

나의 말에 진정성 없이하는 말

그래도 먹는 데는 지장 없어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음식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망설이자

하나를 깎아 먹더니 맛있는데

그럼 당신 다 먹어

나의 말에 이 오이를 먹으면

노래를 잘하게 돼

먹어봐 하고 내 입에 넣어준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나는 하나를 더 깎아 먹고서야

물만 주고 키운 오이가 달큼한 게

고마웠다.

음표 같지만 옆으로 잘라서

씨를 바른 다음 절인 후

물기를 빼고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렸다.

식구 모두 몇 수 푼 씩 떠서

따뜻한 밥에 비벼 먹었다.

남편은 밥을 다 먹고

같이 합창을 해볼까 너스레를 떤다.

깜양에는 농사를 좀 안다고

큰소리 쾅쾅 쳐놓고

오이의 모습이 형편없으니

겸연쩍어서 하는 행동 같았다.

"부치기도 잘 부친다."

다음에 오이 심을 때 공부를 하고

심어야지 내년에도 오이가

음표 같으면 농사 때려치워야지

계속해서 음표 같은 오이만 달리면

누구하고 나누어 먹을 수도 없으니

당신이 다 먹어야 해.

나의 잔소리에 남편은

"두고 봐. 내년에는

니 다리통 같은 오이를 수확할 거니까!"

"여보. 내 다리통 같으면 노각이야."

그 말을 들은 딸아이가

"엄마. 나는 노각 무침도 좋아."

부녀지간의 울림이

나에게 전해지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잊었다.

최선을 다하는 남편의 농작물에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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