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번 김장은 망했다

남편이 한 김장

by 송영희
(마지막 김치통을 들고 환하게 웃는 남편)



내 숨이 다른 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가까스로 병원 문턱에 다다르자

젖은 몸을 점검하더니 위험한 급체란다


주사와 링거를 맞고 2시간이 넘어

집에 와 보니 강원도 형님이 보낸

절인 배추 2박스

양념 1박스가

자동차만큼이나 커 보였다


마음은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남편에게 김장 안 한 집에

나누어 준다고 하자

회사에서 부랴부랴 퇴근한 남편

김장 조끼를 입고 김장을 한다고

가르쳐 달란다

모든 빛이 한 줄기로 비치더니

이내 어둠의 주머니가 밝아졌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김장은

무서운 속도를 내더니

2시간 만에 끝났다


몸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며

켜켜이 속을 넣지도 않고

버둥거리는 배추를 마치 조립하는 것처럼

뚝딱뚝딱 두 번 만지더니 통속으로 넣는다

주체할 수 없는 걱정 한 소쿠리도

따라 들어간다


김장을 동여맨 저 눈빛 웃음

불안한 유통기한을 가지고

냉장고가 무거워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엎드려 절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