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 김장
내 숨이 다른 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가까스로 병원 문턱에 다다르자
젖은 몸을 점검하더니 위험한 급체란다
주사와 링거를 맞고 2시간이 넘어
집에 와 보니 강원도 형님이 보낸
절인 배추 2박스
양념 1박스가
자동차만큼이나 커 보였다
마음은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남편에게 김장 안 한 집에
나누어 준다고 하자
회사에서 부랴부랴 퇴근한 남편
김장 조끼를 입고 김장을 한다고
가르쳐 달란다
모든 빛이 한 줄기로 비치더니
이내 어둠의 주머니가 밝아졌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김장은
무서운 속도를 내더니
2시간 만에 끝났다
몸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며
켜켜이 속을 넣지도 않고
버둥거리는 배추를 마치 조립하는 것처럼
뚝딱뚝딱 두 번 만지더니 통속으로 넣는다
주체할 수 없는 걱정 한 소쿠리도
따라 들어간다
김장을 동여맨 저 눈빛과 웃음
불안한 유통기한을 가지고
냉장고가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