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가혹했다
세끼의 밥
세 번의 양치질
커피 한 잔
평범했던 것들이 가로등이 점멸되듯 하니씩 꺼지고 있었다
암세포는 입안에 뿌리를 내리고
크고 작은 덩어리가 목 뒤까지 퍼져 갈수록
동공은 앞으로 튀어나왔다
숨 막히게 질주하던 불안과 초조는
헛것을 끌어안으려고 발버둥 쳤고
얼굴도 일그러지자 거울도 따라 일그러졌다
수술이 남긴 흉터는 긴 사선이 되어 얼굴 위에 남아 있고
가슴에는 붉은 녹물이 백일홍 꽃잎처럼 뚝뚝 떨어졌다
그믐에 달빛도 사그라지던 날
목쉰 뻐꾸기를 뒤로하고 새벽별이 되었다
멈춰 선 신호등
울음도 분노도 바람에 실려 보내고
거울 앞에 섰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레국화 피어 있는 산 허리에 그녀를 눕히고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 창가에 나즈 막이 들리는 소리
'나으면 너랑 치맥 한잔하고 싶어'
구군가에게 소소한 것이 그녀에겐 마지막 몸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