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준 선물

결혼기념일

by 송영희

남편은 결혼기념일이 되면 나에게 뭐 없느냐고 묻는다.

노처녀를 구해 주었다고 대놓고 나에게 선물을 내놓으란다.

나이가 동갑이지만 생일이 빠른 나는 정확히 말해 누나다. 어쩌다 한 번씩은

''누나에게 까불지 마라.''

으름장도 놓아 보지만 작은 선물을 정성껏 마련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몇 해를 그렇게 하고 보니 왠지 서운하고, 나 자신이 모자란 것 같았다. 남편은 막내라서 인지 받는 것에만 익숙하지 남을 챙겨주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줄을 모른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숫기가 없어서인지, 재미도 없고, 낭만도 없고, 진솔한 마음 하나 빼면 별 볼일 없다.

이런 남편에게 무엇을 바라는 내가 더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결혼기념일이 되는데 우울한 마음에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생각하고 꽃집을 찾았다. 장미꽃 100송이에

안개꽃을 듬뿍 넣어 꽃바구니를 맞추었다.

그리고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추어 배달해줄 것을 약속하고 집으로 왔다. 조금 후 남편이 퇴근하고 곧바로 꽃집에서 배달이 왔다. 남편은

''누가 꽃을 보냈지.? 당신 이름이 쓰여 있긴 한데.''

'' 메모지 있으면 읽어 봐.''

작은 메모지에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당신에게.''쓰여 있었다

''당신이 보냈구먼. 서프라이즈야, 아니면 이벤트, 아무튼

고맙다 고마워. 이제 철 좀 들어가는구먼.''

나는 깔깔 웃으며 꽃바구니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꽃바구니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정말 자기가 보내지 않았으니 누가 보냈는지 잘 생각해 보란다. 그래도 난 시침을 떼고

''나를 사랑한 사람이 또 하나 있나 보지.''

그러자 남편의 얼굴이 굳어 질대로 굳어지더니 생각에 생각을 더 한다.

'천 번을 생각해 봐라. 답이 나오나.'

이튿날 삐진 모습으로 출근한 남편은 저녁에 들어오더니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던진다.

''자기가 자기에게 꽃바구니 보내는 사람 처음 보았네.''

''어떻게 알았어.''

집 주위에 있는 꽃집을 다 둘러보았단다. 그러면서 꽃바구니가 받고 싶었으면 나에게 말하지 그랬냐며 미안해했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엎드려 절 받는 것도 싫고, 가끔은 내가 나한테도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꽃바구니는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종종 내가 나한테 선물하는 것 잊지 않을 게.'

가슴을 토닥거리자 온 몸이 장미꽃만큼이나 발갛게 물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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