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몇 달째 나오지 않는다. 딱히 아픈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가 문 제람. 생각하고서 친구의 집을 찾았다.
머리와 옷매무새가 마치 노숙자 같았고, 아침부터 술을 먹었는지 술 냄새가 났다.
나를 별로 반기지도 않은 채 왜 왔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게 오랜만에 온 친구에게 할 말이냐고 핀잔을 주면서 커피나 한잔 달라고 했다. 친구는 귀찮으니 나보고 타 먹으란다.
별로 살고 싶지 않다는 친구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두 잔의 커피를 타서 친구 앞으로 갔다. 말없이 커피를 마시던 친구는 다 먹었으면 가란다.
나는 친구를 한 대 패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왜, 이렇게 사니, 너 정말 삶을 접으려고 하니,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하려고 해야지 이게 무슨 꼴이니?''
그때서야 친구는 내가 죽던지 아님 이혼하든지 말을 내던지며 눈물을 보인다.
''아니,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셋이나 되는 아이는 어떡하고
이혼을 하니?''
나는 화가 났다. 남편도 성실하고, 아이들 착하고, 부족함이 보이지 않은데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니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나가서 밥이나 먹자고 하자 말 끝나기가 무섭게 대성통곡을 한다.
나는 더는 할 말을 잃고 친구를 안아 주었다.
잠시 후 친구는 나에게 자기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남편이 정년퇴임 후 일일이 돈 쓰는 것에 관여하고, 집안 청소며 냉장고 청소며 무엇 하나 간섭 안 하는 게 없고 남은 음식물까지 버리는 게 아깝다며 얼렸다가 먹는단다. 생각보다 사태는 심각했다.
며칠을 고민 끝에 친구를 만나 일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자기는 할 수 없다고 거절했으나 먹고사는 데는 걱정 없으니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나의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면서 일하라고 했다.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친구는 나와 함께 점포를 보러 다녔고 작은 가게에 골목길이라서인지 자본금도 많이 들지 않고 또 딸이 도와준다는 말에 용기를 내서 작은 속옷가게를 차렸다.
그리고 20일이 지나 친구를 찾았을 때는 내 친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활기찬 모습, 환한 미소, 생기 있는 얼굴, 나에게 명함까지 준다.
''나 명함 있는 여자야.''
이 말에 우리의 웃음은 가게 안을 가득 메웠다. 백 세 시대인 지금, 지금부터 시작 이야 하며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점심때가 되자 남편이 도시락을 가지고 왔다.
''아니 밖에서 사 먹으려고 했는데.''
남편은 내 손을 잡고 고맙고 감사하다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리고는 초밥을 좋아한다고 해서 만들어 보았다며 도시락을 놓고 나가버렸다.
내가 온다고 아침부터 수산시장에 나가 생선을 사서 분주하게 만들었단다.
도시락을 펼쳐 친구가 먹자고 하는데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주책없다.
나는 지금 정성을 먹고 친구는 행복을 먹고 있다
''살면서 쉽지는 않지만, 우리 좋은 점만 보고 살자.''
창밖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도 맑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