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사라지고

쓸쓸한 얼룩

by 송영희

눈 화장을 했다

시폰 치마를 입고 바닷 가를 걸었다

마릴린 먼로의 흉내도 내보고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미소도 지어보았다

황금빛 햇살이 빗금을 그으며 바다 위에 뿌려지고

이직 못다 한 일들이 많아 발자국을 남겼지만

뒤돌아서면 아무것도 없었다

굳은 어깨와 휘어버린 젊음은 뜬소문처럼 지나가고

차마 흘릴 수 없는 울음

허기진 마음이 배고픈 길고양이처럼 맴돌면

바람에게도 입술자국을 남겼다

언제 돋았는지 초저녁 별들이 나를 바라보면

또다시 견딜 수 없는 기억들이 맨발로 달려오고

쓸쓸한 얼룩을 끼고 바닷가를 걸었다

내일이면 도로 걸쳐 입어야 할 옷

어딘가 흘러갈 곳을 찾지만

산산이 부서지는 포말 위로


몸의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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