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사십에 틀니라니

라면 국물

by 송영희

내 나이 사십이 갓 넘어 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흔들리는 이가 한두 개가 아니란 점에서 나를 불안하게 했다.

병원에 가야지 차일피일 미루다 2개가 빠져버렸다. 그때야

겁이 난 나는 부랴부랴 치과를 찾았다.

풍치가 심해서 이대로 놔두면 다 빠지고 틀니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앞이 캄캄했다. 내 나이 사십에 틀니라니

한심하기도 하고 나 자신이 처량하고 불쌍했다.

''틀니가 아니면 뭐든지 할게요.''

그러자 원장님은 잇몸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힘이 들긴 하지만 틀니만 안 한다면 뭔들 못하겠나 싶어 쾌히 승낙했다.

잇몸이 약해서 8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틀니를 안 해도 된다는 말에 바로 잇몸 수술로 들어갔다. 마취약을

놓아서인지 수술은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에 마취가 풀려 아파 왔으나 그 아픔보다 더 큰 것은 마음의 아픔이었다. 내 나이 사십에 이가 다 망가졌다니, 할머니가 된 기분이었다.

왜 그렇게 되었나 생각해보니 막내를 낳고 입안이 텁텁해

바로 양치질을 한 개 화근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르신이 아이 낳고 바로 양치질하면, 온몸의 뼈가 다 벌어져 있어 안 된다고 나무랐는데, 그때는 들은 척도 않고 바득바득 이를 닦았었다.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고 했는데, 어리석음에 마냥 눈물만 나왔다.

집에 오자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쳐다본다.

''엄마 울었어? 많이 아팠어?''

난 대꾸도 안 하고 장롱에서 무거운 솜이불을 내려 몸을 눕혔다. 그 솜이불은 내가 몸과 마음이 극히 안 좋다는 무언의 표시이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손짓으로 안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딸아이가 동생의

손을 이끌고 나간다.

조금 후 퇴근한 남편이 들어오더니 솜이불에 누운 나를 보자

''많이 아프구나, 고생했어. 저녁은 내가 할 거니 푹 쉬어.''

사실은 별로 아프지 않았지만, 심통이 나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도 보기 싫어서 손짓으로 나가라고 했다.

한참 뒤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국물 좀 줘.''

남편의 말에 나는 커야 하니까 국물은 내가 먹어야 한다며 아들과 국물 가지고 싸운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둘을 번갈아 가며 째려보았다. 그러자 남편이 한마디 한다.

''라면 국물밖에 안 남았는데 먹을래?''

나는 순식간에 국물을 먹어 치웠다. 이젠 싸우지 않겠지. 하고 안방으로 들어오는데 7살짜리 아들 녀석의 말이 들렸다.

나쁜 엄마야. 밥도 안 해주고 국물은 다 먹고, 철이 안 들었어.''

나는 숨 죽여 가며 웃었다. 얼마든지 밥을 해줄 수 있는데 아프다는 핑계로 어린 아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았다.

전화를 걸어

''짬뽕 두 그릇. 국물 많이요.''

기다리는 시간은 짬뽕 국물만큼이나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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