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화장하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마음이 어딘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소중한 것이 소멸하자
몸부림치며 지켜내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비가 날아간 번데기처럼 버석한 껍질만 남아
끝이라고 시작한 시간이
또 다른 시작이 되어 달려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지만 전부인 것을
다시 못 올 오늘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팽팽한 가슴으로
위로라는 단어도 몰랐습니다
삶의 한 구간을 벗어 놓고
보고 싶은 보여 주고 싶은 당신에게
상처도 버릴 수 없어 온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손에 닿지 않는 머나 먼 곳을 동경하다가
눈물 없이 죽음을 세어 보다가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 섰습니다
뭉클한 시간 속에 발목 잡혀
합류하지 못한 바깥 어디쯤엔가 나를 버리고
눈먼 당신의 전생을 하얗게 지우고 싶었습니다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날마다 번식되어가는 기억의 무게로
호흡하기 어려울 때쯤
당신을 정기구독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