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같이 한 친구가 있다. 서로가 바빠서 잘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선물이라고 종이 백을 건넨다.
''갑자기 무슨 선물.''
그때야 입을 열었다. 남편의 퇴직금 일부를 남편 몰래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받을 수가 없게 되자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석 달이 넘도록 말하지 않다가 둘은 졸혼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단다.
헤어져 살려고 짐을 챙기는데 내가 쓴 수필집이 보여 무심코 앉아서 책을 읽는데 거기에 씌어 있는 시 한 편
'왜 몰랐을까.'
를 읽고 갑자기 눈물이 나왔고,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편지를 썼단다.
그 편지를 읽은 남편이 내가 오늘이 있기까지 당신 덕이 컸다면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단다.
살아감에 있어 찢기고 구겨진 때가 어디 한 두 번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서로 의지 하며, 때론 다투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착되었음을, 그래서 부부는 하늘에 별자리가 될 때까지
서로를 이어주는 실핏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잊고 산다. 항상 곁에 있어서 일까? 어차피 안 살라면 몰라도 살 거라면 자존심을 내세워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할 필요가 없다.
이기려고 하면 할수록 상대방 가슴에 멍이 드는 것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60이 다 되어서야 깨우칠 수 있었으니 딱히 할 말은 없다.
평온함이 깃든 친구에게 이제 남은 삶 서로 아끼며 살다 죽어도 모자랄 판에 무슨 힘이 있어서 싸움질이냐며
''다음에 이런 일로 선물 사 오면 안 받는다.''
하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좋은 말이나 좋은 글은 자신이 처한 어떤 상황에서 가장 진솔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다. 나 또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따뜻해지고 마음을 치유하는 글을 쓰기에 노력할 것이다.
모처럼 단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내 가슴에도 친구의 일로 단비로 흠뻑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