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업무일지 25년 12월 30일 호의와 책임사이

by 마법사

차단기가 떨어졌다는 세대에 교대 근무자가 이것저것 조치를 해놓은 집에서

연락이 왔다. 전기를 연결해 달라는 요구였다.


교대자에게 전달받았지만 가서 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주방 차단기가 떨어져 누전된 곳을 찾기 위해 전선을 분리해 놓은 것 같았다.


주방벽 쪽 콘센트가 벽에서부터 분리되어 나와 있었고 연결선 하나는 빠져있었다

싱크대 아래쪽 벽 콘센트도 분리되어 머리를 숙이고 있었고

다른 벽 쪽 콘센트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콘센트는 식기 세척기 뒤에 있던 터라 식기 세척기는 앞으로 당겨져 있었고

인덕션은 제자리에서 벗어나 점검이 끝난 상태로 주방 선반 위에 있었다


차단기에서 싱크대 오기 전 콘센트까지는 전기가 살아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리드선 멀티탭을 이용하여 싱크대 밑의 온수 분배기에 전원을 공급한 상태였다.


교대자는 주방 차단기가 떨어진 이유는 인덕션의 문제라고 판단했고 인덕션의 a/s 후 다시 연결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 것이다


인덕션의 문제가 아니란 결론이 났고

그것이 아니라면

인덕션 콘센트와 와 분배기 쪽 콘센트

사이의 배선에 누전등이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 인덕션 문제가 아니라면 배선등에 문제인 것 같은데

차단기가 다시 떨어질 수도 있어요

배선 문제라면 재 설치도 고려하여 공사 여부를 고려해 보셔야 해요'


그러나 세대주는 그대로 연결해 달라고 했다.


전기공사는 말 그대로 공사이고 비용 및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물과 공기 등 자연스럽게 공급되던 우리의 에너지가 공급이 안 되는 순간

우리는 커다란 불편을 느낀다.


주방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인덕션 및 커피 한잔도 배달시켜 먹었다며

일단 연결을 부탁했다.


원인을 정확히 찾은 것은 아니지만 늘어놓은 것을

원상 복구해줘야 한다

빠져있던 연결선을 다시 꼽고 콘센트를 벽에 다시 설치해 주었다

다음 싱크대 콘센트도 원상 복구해 주고

분배기 코드를 꼽고 작동되는지 확인했다

식기세척기와 인덕션 코드도 꼽아준 다음 식기세척기와 인덕션을 원위치에 설치해 주고

전원을 눌러 전기가 들어오는지 확인했다


모든 것을 설치 완료하고 차단기가 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일시적인 습기로 인한 누전과 과전류에 의한

전선의 피로도가 높아 차단기가 떨어진 것 같다고 한 후

또 떨어지면 공사업자에게 의뢰 후 인덕션 배선공사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온 것에 안도하며 커피를 내밀던 입주민은

고맙다며 전문가 같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1시간가량 수고의 보람을 느끼며 정리하고 돌아왔지만 퇴근 무렵에 다시 연락이 왔다


식기세척기가 찌그러져 있다고 다시 와달라는 거였다

찌그러지다 : 눌려서 모양이 고르지 않다


코드를 꼽고 식기세척기를 안으로 밀어 넣을 때 얇은 철판인 식기세척기 문이 약간 휘어진 것이다


아차 하면서도 서운 했다

열심히 호의를 갖고 전기복구를 해 줬지만

철판 휘어짐만 보이는구나


문의 떨어짐 방지 걸쇠에 걸린 문을 다 펴지지 않는다며 찌그러져서 그런 거 아니냐며 A/S신청을

했다


나는 철판뒤가 아무것도 받쳐져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손을 넣어 바깥으로 살짝 밀어주었다

찌그러진 부분을 펴주고 문도 잘 열린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지만 이번에는 수평이 안 맞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 부분은 전문가가 오 실 테니 그분에게 부탁해 보세요

하며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호의를 갖고 열심히 일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은 또 다른 문제이다


처음부터 차단기 트립의 문제에 손을 대지 않고 전문가를 부르라고 했다면 수고도 책임도 없었을 거다


서비스의식이 높아지는 소비자에 비해 관련법규는 점점 더 강해져만 간다

크리스마스트리 설치도 이젠 공사업자가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라고 하는데

모든 서비스에는 비용이 따른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공짜인 줄 알지만

사고가 난 이후에는 책임을 미루지


호의를 갖는 것과 책임을 지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에

왠지 씁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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