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26년 2월 18일 누수와 단전

by 마법사

오랜만에 새벽 전화였다.
잠결에 눈꺼풀이 무거웠다.

“주방에 물이 새요.”
“차단기가 내려가서 정수기도 안 돼요.”

AM 5시.
지방에서 밤새 달려왔다고 했다.
그들의 밤도, 나의 잠도 엉망이었다.

위층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다 끊겼다.
다시 걸었지만 받자마자 종료됐다.
이 시간에 반가운 전화일 리 없겠지.

천장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밤새 운전한 부부의 얼굴은 이미 예민해져 있었다.

나는 일단 돌아왔다.
6시.
도면을 펼쳐놓고 한 시간을 앉아 있었다.
물이 어디로 흘렀는지,
전기가 어디서 끊겼는지,
종이 위의 선을 따라가 보았다.

7시.
위층은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결국 정수기 수관이 빠져 있었다.
아랫집은 모니터 코드가 젖어 쇼트가 난 것이었다.

코드를 뽑자 차단기가 올라갔다.

새벽은 그렇게 지나갔다.
큰 공사가 될 뻔한 일이
조용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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