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2월 20일 아이들
영선 주임님이 사다리와 실리콘을 챙겨가셨다.
조용히 혼자 일하시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무슨 일인지 묻지 못했다.
민원 방문을 다녀오는 길,
놀이터에서 그네 기둥을 고치고 계신 모습을 보았다.
패인 나무를 무언가로 메우고
연마기로 천천히 갈아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볼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네 쇠사슬은 한쪽이 끊어져 있었고
차양 기둥의 타일은 이가 빠진 것처럼 떨어져 있었다.
분수대 자갈은 한데 모여 작은 둑이 되었고
벤치는 부러진 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은 조경 언덕을 자전거 길로 만들고
브레이크가 부러진 자전거를 던져둔 채
신나게 뛰어다닌다.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고
고치는 일은 오래 걸린다.
사다리 위에서 내려온 주임님은
잠시 그네를 밀어보았다.
삐걱거림이 줄어든 걸 확인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왜 저 표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