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26년 2월 24일 업무 협조

by 마법사

금액이 부족한 식탁이 나왔다.

의자 네 개는 각 2천 원,
식탁에는 5천 원짜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대리석은 만 원인데, 오천 원이 모자랐다.

재활용장 반장님이 A4 용지를 가득 채워 들고 왔다.
말 대신 글이었다.
CCTV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작업복은 늘 같은 색이었다.

세대주를 확인해 통화를 마쳤다.
오천원 추가 스티커를 부탁했다.

그때 반장님이 마스크를 내리고 말했다.

“골프채 가방이 하나 더 있어요.”

CCTV를 돌려 보았다.
상가 주차장 쪽에서 들어왔다.
세대원은 아니었다.

“주민은 아닌 것 같아요.”

반장님은 경비원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잠시 뒤 전화가 왔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왜 우리한테 심부름을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간단한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시 경비원을 붙잡고 화면을 재생했다.

“모르는 사람이네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도만 알겠구먼.”

그 말을 그대로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재활용장 반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버려진 것은 골프가방 하나였지만
남은 것은 사람 사이의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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