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2월28일 문고리
“세탁실 문이 잠겨 들어갈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영선 작업에는 자신이 없다.
관리실 경력 1년.
시설물 수리를 혼자 맡아본 적도 없고,
영선주임님 옆에서 제대로 배운 적도 많지 않다.
그래도 내려갔다.
세탁실 문고리는 이미 분리되어 있었고
실린더만이 문을 붙잡고 있었다.
안에서는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문고리는 세대 내 문제다.
원칙대로라면 관리실 업무는 아니다.
하지만 “도와주세요”라는 말 앞에서는
원칙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다.
휴대폰을 꺼내 문 여는 법을 다시 확인했다.
얇고 단단한 것이 필요했다.
파일 겉장을 떼어 문틈에 밀어 넣었다.
덜그덕.
문이 열렸다.
문을 잡고 있던 힘이 빠지며
세탁실 안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다행이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관리실로 돌아와 다시 전화를 받았다.
한 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래도 그날은 내가 조금 덜 무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