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26년 3월 2일 실종신고

by 마법사

AM 2:00

관리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꿈인가 싶었다.
자정 무렵 술에 취해 항의 방문을 했던 사람 이후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린 일은 없었다.

겉옷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

검은 파카를 입은 남자가 종이를 내밀었다.

“경찰입니다. CCTV 확인 좀 하겠습니다.”

“이 시간에요?”

“실종입니다. 11층 치매 어르신이 밤에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CCTV부터 돌렸다.

저녁 8시쯤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자다 깨 보니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AM 3:00

할머니가 관리실로 내려왔다.

“관리실이요…”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방재실 의자에 앉혀 모니터를 함께 보았다.

“인상착의 아시죠?”
“어제는 나간 적이 없어요. 그제 휴일에 나들이 다녀오고는 집에만 있었어요.”

8시 30분 이후 11층 출입자를 확인해야 했다.
자다 나갔다는 추정이었다.

CCTV를 빠른 배속으로 돌렸다.

자다 깬 관리자,
피곤한 수사관,
공포에 잠긴 보호자가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밖에서는 경찰차 불빛이 번쩍였고
랜턴 빛이 단지를 훑고 지나갔다.

AM 4:00

11층 출입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1층 현관에도 모습이 없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경찰은 말했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꼭 확인해 주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 속에서
시선은 자꾸 길을 잃는 것처럼 보였다.

AM 5:00

“잠깐 쉬세요.”
경찰이 말했다.
보고를 하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나는 모니터를 멈추고
옥상 문을 떠올렸다.

“혹시 옥상문이 열려 있는 건 아니겠죠?”

“소방법상 열어두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도
다시 한번 확인하러 올라갔다.

혹시라도.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할머니의 목소리는 귀에 남아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아파트 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