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26년 3월 16일 수압

by 마법사

일요일에 입주한 주민에게 전화가 왔다.

“수압이 너무 약해요.
세탁기 돌리면 설거지를 못 해요.”

나는 기계 대리님에게 물었다.

“감압변 조정해 드릴까요?”

대리님은 바로 말했다.

“웬만하면 건드리지 마.
옆 세대 영향 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싸움 난다.”

일단 세대를 방문했다.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딸은 잠옷 차림에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있었다.

“세탁기 돌리면 물이 쫄쫄 나와요.”
“샤워하다가 변기 물 내리면 그냥 끝이에요.”
“예전 집은 안 그랬는데요.”

나는 화장실과 주방 수전을 동시에 틀어 보았다.

세면대 물줄기는 그대로인데
주방 수전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감압변을 두드려 보았다.
반응은 없었다.

완전히 잠갔다가 다시 열었다.

주방 물줄기가 조금 굵어졌다.

다시 확인했다.

세면대, 주방, 변기.

이번에는 버텼다.

“어떠세요?”

“세탁기가 문제예요.”

딸이 세탁기를 돌렸다.

물 채워지는 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컸다.

“어머, 이건 괜찮아요.”
“아까랑 완전히 달라요.”

나는 감압변을 더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쓰면 수압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을 나서면서
옆집 수도를 잠깐 떠올렸다.

괜찮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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