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3월 18일 조용한 낮, 시끄러운 밤
봄비가 내리는 날은 관리실이 조용하다.
아침 청소도 없고
주민 방문도 드물다.
전화도 거의 울리지 않는다.
비가 오면
일이 잠시 멈추는 날이 있다.
군대에서도 그랬고
현장에서도 그랬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관리실도 비슷하다.
청소를 기다리고
주민을 기다리고
전화를 기다린다.
영선주임님은 주차장 바닥을 쓸고 있었고
기계주임님은 휀룸 문고리를 고치고 있었다.
새 걸로 교체하면 편할 텐데
키가 달라진다며
끝까지 고쳐 쓰려고 했다.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
밤이 되기 전까지는.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밤에 승강기가 멈추면
전화가 먼저 몰린다.
“왜 멈췄어요?”
“왜 밤에 고장이 나요?”
“언제 고쳐요?”
고장 원인보다
언제 정상화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수리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고장 난 단지가 많아서 늦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대충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10시에 멈췄으니 자정쯤이면 되겠지.
하지만
기사도 모르는 시간을
관리실이 대신 설명해야 했다.
기사는 1시 20분에 도착했다.
센서와 마그네틱 통신 오류.
일시적인 정지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였다.
그래도 마음은 남는다.
아침에 다시 멈추면
그때부터는 전화가 쏟아질 것이다.
그 소리가
이미 귓가에 맴돌았다.
잠깐 눈을 붙이려던 순간
소방벨이 울렸다.
곧 멈췄다.
비화재였다.
다시 조용해진 관리실에서
내 심장은 한참 뒤에야 진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