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PIT 펌프
PIT라는 시설이 있다.
처음 들으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물 모이는 구덩이’다.
건물에서 흘러내린 물,지하주차장에서 떨어진 물,
청소하다 남은 물들이
결국 다 그곳으로 모인다.
물이 차면 펌프가 알아서 물을 퍼낸다.
수중모터가 물속에 잠겨 있고,
부력 센서가 떠오르면
“이제 됐다” 싶어서 자동으로 돌아간다.
평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잘 돌아가니까.
그날도 평소처럼 지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청소 반장님이 관리실로 오셨다.
“과장님… 모터 소리가 좀 이상해요.
무서워 죽겠어요.”
휀룸으로 내려가 보니
모터 소리가 확실히 거칠었다.
문제는 물은 그대로인데
모터만 열심히 돌고 있었다는 것.
일단 수동으로 멈추고 다시 테스트를 해봤다.
부력 센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모터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
“걸레는 다른 데서 빨아야겠네요.”
청소 반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멀리 있는 다른 동을 바라봤다.
대략 50미터.
PIT는 잘 돌 때는 아무도 모른다.
고장 나야 존재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