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콜라

by 김승수

"탄산 없는 콜라는 의미 없죠!"


성민은 TV 광고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선 최근 OTT 예능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유튜버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후 캔을 따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콜라는 캔을 따자마자 탄산과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김빠진 콜라도 나름 먹을만하지 않나?'


성민은 살짝 입을 내민 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김빠진 콜라. 남들은 마시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까워서 화장실 청소하는데 쓰는 김빠진 콜라를 성민은 좋아한다. 탄산이 다 사라져서 오묘하지만, 탄산 있는 콜라보다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 맛을 좋아한다. 언제부터 그 맛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찾아 마시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난 후부터였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성민은 중학교 시절까지는 지역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나름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부터 코트에서의 그의 존재감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선수 생명에 지장이 가는 엄청난 부상을 입거나, 모종의 이유로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여타 다른 엘리트 스포츠가 그렇듯, 재능의 꽃을 만개한 다른 유망주들에게 애매한 재능을 가진 선수가 후보로 밀려났을 뿐이었다. 그렇게 성민은 배구부 후보 3이라는 역할로 코트를 맴돌다 배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배구를 그만두고서 좌절하는 시간은 없었다.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봤기에 좌절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가끔 자신도 톡톡 튀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래서 성민은 담담한 마음으로 배구공 놓고 펜을 잡을 수 있었다.


휫슬이 울리며 3세트가 시작됐다. 화면 위에는 하얀 배구공이 코트를 넘나들고 있다. 이제는 퇴근 후 TV를 보는 직장인이 되어버렸지만, 공을 바라보는 성민의 눈은 여전히 반짝인다. 시선은 TV에 고정한 채 미지근하게 식은 콜라 캔을 집어 들고선 한 모금 들이마신다.

성민은 시럽의 오묘하고 단맛만 남은 김 빠진 콜라를 좋아한다. 한때는 탄산 가득했을 김 빠진 콜라에게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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