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함

by 김승수

불쾌함


‘그날 그 아저씨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늘도 주석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았던 그날의 그 환경미화원을 생각하며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일평생 LED 등 아래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던 주석이 달빛을 등지고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것은 혹사에 가까운 일이었고, 요령 없이 힘으로만 쓰레기를 수거하는 그의 허리에는 파스가 떨어진 날이 없었다.


처음 동네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는 지도에 나오지 않은 구역에 당황하곤 했지만, 어느새 이 일을 하게 된 지 2개월. 주석은 작은 리어카를 이끌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게 되었다. 온몸 구석구석이 아프고, 새벽같이 일어나 것은 힘들었지만, 고요한 새벽 공기만큼은 그런 주석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어느 한 골목에 들어서자 맞은 편에서 술에 취한 한 남자가 걸어왔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걸었고, 입에서는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졸라게 힘들네... 정신차려야지 이 색...꺄... 집에 가야지...”


주석은 남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골목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남자는 조용히 주석의 옆을 지나가는 듯하더니 주머니 속 손수건을 꺼내 코를 부여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휴... 냄새야...”


사람은 솔직하다. 특히 술에 취하면 더욱 솔직해진다.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면 술을 함께 마셔보라는 말이 있듯 알코올이 몸에 침투한 사람들은 그들의 가면을 벗어 던진다.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말들을 무심코 던진다.


주석은 고개를 숙여 남자에게 사죄를 표했고, 남자가 조용히 지나가길 기원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술에 취한 성인 남성과의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은 주석이었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골목을 벗어났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의 손수건이 떨어져 있었다. 주석은 조용히 집게로 손수건을 주워 봉투에 담았다. 남자의 불쾌함이 그곳에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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