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도로 한 가운데 초록색 테이프가 붙여진 과외 전단지가 나뒹굴고 있다. 자신의 정성을 글로나마 표현하고자 한 듯 손 글씨로 삐뚤빼뚤 작성된 전단지.
‘00대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 재학 중 / 수능 종합 1.5등급’
굵은 글씨로 크게 적힌 문구가 눈에 띄어 조심스럽게 전단지를 집어 들었다. 이미 여러 사람에게 밟힌 듯 다양한 형태의 신발 자국이 그대로 묻어 있는 종이는 얼룩덜룩한 상태였다. 몇십 년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과외를 구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번호가 적힌 종이 하단 부분이 뜯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아직은 아날로그적으로 살아도 괜찮겠구나.’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좋아하는 주석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손에 쥐어진 전단지를 붙였을 대학생을 상상해 보았다.
‘어떤게 하고 싶어서 과외를 하는 걸까? 월세를 내기 위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서? 아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유가 뭐가 중요하리.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고자 시도했다는 것 아닌가. 주석은 몇 달간 방 안에 누워만 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원미상의 대학생을 응원했다.
언젠가 학생이 더 이상 전단지를 붙이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삶을 살길 기원하며 주석은 떨어진 전단지를 전봇대에 붙였다. 접착력이 떨어진 테이프가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수학이 어려운 고등학생을 위한 기초부터 시작하는 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