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감
쓰레기봉투 속 찢어진 편지가 들어있다. 얼핏 보이는 편지 속 빨간색 하트가 작게 그려져 있다. 꾹꾹 눌러쓴 글자들이 잔뜩 쓰인 편지. 사랑을 속삭이던 지난날의 흔적이 어쩌다 여기로 왔을까.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하고,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똑같은 개그를 하고선 같이 깔깔 웃어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편지를 버린 이도 편지를 쓴 이도 몰랐을 주석의 눈앞에 놓인 결과물.
두 눈을 마주 보며 손을 맞잡고, 서로를 껴안던 이들은 한순간에 남이 되었다. 주석은 편지를 찢어 버렸을 이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글썽거리는 눈물을 참아내고자 과거가 된 연인을 욕하며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모습. 이미 새로운 이를 만난 상황에서 방 한 켠에 놓인 상자 속 편지를 발견해 더러운 것을 본 듯한 얼굴로 찢어 버리는 모습.
주석은 편지의 주인공이 어떤 얼굴이었을지 상상은 할 수 있지만,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도 사랑했던 이들의 편지를 정리해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주석의 옛 연인들은 그가 버렸던 편지처럼 그의 곁에 없다.
가끔 휴대폰 속 남겨진 옛 연인들의 흔적이 발견하면, 그들도 가끔 본인을 떠올려 주기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그렇게 썩 나쁜 기억은 아니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