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함
색 바랜 베이지색 소파가 가로등 아래 놓여있다. 오랜 세월 주인과 함께했는지 한쪽 구석이 푹 파여있다. 소파 주인이 가장 애정했던 자리인 듯하다. 자세히 보니 소파 구석구석이 성한 곳이 없다. 이리저리 할퀴어지고 물어뜯긴 듯한 흔적이 가득한 것을 보니 사나운 고양이님을 모시고 산 듯하다. 주석은 힘든 시간을 버텨왔을 소파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주석은 지인들의 집들이를 가면 가장 먼저 소파를 보곤 했다. 소파를 보면 집주인의 추구하는 스타일이 보인다. 소파는 거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가구니깐. 깔끔한 것을 추구하면 어두운 계열을, 따뜻한 분위기는 원목을,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는 화려한 색상의 소파를 둔다. 적어도 주석이 방문했던 집들은 그러했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소파 주인의 추구하는 스타일은 고양이의 방해로 무의미했던 것 같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중 어느샌가 옆에 다가온 고양이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보내는 하루. 주석이 학창 시절 꿈꿔오던 성공한 도시 남자의 주말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석의 로망을 이루기에는 삶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입은 존재할 수 없었다.
대신 2년 전 주석은 1인용 소파를 구매했다.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그동안 노력해 온 자신을 위한 보상으로 생각하며 구매했다. 회사 다닐 때만 하더라도 종종 그곳에 앉아 책을 읽곤 했지만, 최근에는 일이 힘들어 퇴근하고 누워있기 바빠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소파. 한쪽이 푹 파인 베이지색 소파를 보며, 오늘은 퇴근 후 소파에서 여유로운 삶은 즐겨보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