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새벽에 일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폐지 줍는 할머니, 헬스장 가는 대학생, 여행가는 커플까지 모두가 각양각색의 이유를 갖고 새벽공기를 맞이한다. 주석도 제법 새벽 공기를 마시며 리어카를 끄는 것이 몸에 익은 요즘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새벽에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간신히 9시까지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길 원하는 삶을 살던 주석에게 새벽은 범접 못 할 세상이었다. 그에게는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몇 달간의 새벽 출근을 경험하며 현재는 그 세상의 일원이 되어 삶을 살고 있다.
해가 채 뜨지 않은 동네를 청소하며 알게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생긴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인 듯했고, 대부분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장소에서 목격되었다. 그들은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주석의 옆을 지나가곤 했다.
오늘도 몇몇 내적 친밀감이 있는 사람들의 옆을 지나치며 동네를 청소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주석의 발에 무엇인가 차이며 가볍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남색의 수경이었다. 평소였더라면 냉큼 주워 버렸을 쓰레기였지만, 꽤 나 새것 같아 보이는 수경을 보고 머뭇거렸다.
“선생님... 그 수경 제 것 같아서요.”
어느샌가 주석의 앞에 나타난 남성이 말을 건네왔다. 남성은 ‘휴스포츠 수영’이라고 쓰인 불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주석에게도 꽤 익숙한 얼굴의 남성. 남성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려다, 주석은 가볍게 웃음 지으며 인사 대신 수경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선생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둘은 더 이상의 말은 나누지 않은 채, 가볍게 목례를 한 이후 각자의 자리를 떴다. 조용한 새벽에 이 정도 인사면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