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심
비가 온 다음날, 아직 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이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폐지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끌며 오르막길을 오르려 하고 있었다. 성급하게 도와드리면 할아버지의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날까하여, 잠시 고민하던 중 리어카가 뒤로 밀리는 것을 보자마자 얼른 뛰어갔다.
“어르신 제가 도와드릴게요.”
주석이 리어카를 잡으며 이야기했다.
“고마워라. 오늘 땅이 미끄러운지 잘 안 올라가네. 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봐.”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요 언덕만 오르면 되는 거죠?”
“어어. 맞아. 좀 무거울 텐데 괜찮겠어?”
“이 정도는 거뜬하죠.”
주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앞으로 향했다. 손잡이를 꽉 쥔 후 앞으로 이동하려 할 때, 주석은 흠칫 놀라며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어르신, 이 리어카 원래 이렇게 무거운가요?”
“무겁지? 아유 그래 그게 좀 무거워. 내가 뒤에서 밀어줄까?”
“아뇨. 그냥 물어봤습니다.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예상치 못한 무게 살짝 당황했지만, 기세등등하게 온 터라 도와달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던 주석은 노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힘을 주며 앞으로 다리를 움직였지만, 애석한 리어카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저... 어르신, 처음 움직이는 것만 도와주시겠어요?”
노인은 방긋 웃으며 리어카의 뒷부분을 밀어주었고, 리어카는 그제야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석은 있는 힘을 다해 오르막을 올랐고, 간신히 정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
“고마워. 자네 없었으면 한참을 빙 둘러 갔을 거야.”
“이 무거운 걸 매일 어떻게 하세요?”
“폐지가 비에 젖어서 더 무거웠을 거야.”
“폐지도 폐진데, 리어카도 무거운 것 같은데요?”
“그런가? 매번 들고 다니다 보니 이젠 무거운 줄도 모르겠어. 그나저나 걱정이야. 비 맞은 폐지는 제값도 못 받는데,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테니”
“이렇게 가져가면 얼마나 받나요?”
“키로당 한 50원, 60원 정도 받지. 근데 비에 젖으면 거의 반값이야.”
“그렇게 밖에 안되나요?”
“그거라도 어디야. 이렇게라도 해야 밥은 먹고 살지.”
주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주석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굳은살이 가득한 노인의 얇고 쭈글쭈글한 손이 형광색 조끼 넘어 느껴졌다.
“덕분에 오늘 한 시간 벌었어. 이제부터는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볼일 봐. 고마워. 오늘도 파이팅이야.”
“네. 어르신. 건강하셔야 합니다.”
“내가 자네보다 이 녀석 잘 미는데, 무슨 걱정이야.”
노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리어카를 퉁퉁 쳐댔다.
폐지가 가득 담긴 리어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주석은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래로 내려가니 노란색 리어카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주석은 리어카를 들어 올려 노인과 함께 올랐던 길을 올라간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주석은 본인 떨어뜨린 폐지를 다시 주워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