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함

by 김승수

측은함

솜이 다 빠져 앙상하게 말라버린 곰인형이 축 쳐진 채 앉아있다. 수십 번 세탁기를 오갔는지 성한 부분이 없다. 곰인형은 초점도 없고 생기도 없는 듯 보인다.

50L짜리 종량제 봉투만 한 사이즈의 곰인형은 누군가의 애착 인형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애착 친구였을 수도 있다.

주석도 어린 시절 애착 이불이 있었다. 정확히는 그런 것이 있었다고 부모님께 들었으며, 어린 주석의 사진 속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번을 빨아 썼는지 잔뜩 해진 이불. 워낙 어렸을 시절이라 주석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주석의 엄마가 이불을 버렸을 때 주석이 세상 떠나가라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기억나지 않는 이불을 생각하며 곰인형을 보니 조금은 측은함을 느낀다. 잠잘 때 늘 곁을 지켜주었을 녀석을 보내주고자 마음먹었을 주인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곰인형 주변으로 음료수 캔들이 널브러져 있다. 주석은 캔들을 주워 담은 후 무덤덤한 표정으로 곰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