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함

by 김승수

착잡함


골목 한 구석, 새파랗게 칠해진 벽 한가운데 날개가 그려져 있다. 당장에라도 하늘로 날아갈 준비가 된 듯 멋들어지게 펼쳐진 날개와 깃털의 묘사가 디테일하다. 이곳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천사가 될 수 있다.


관광지도 아니고, 사람이 많이 지다니지도 않는 골목에 뜬금없이 그려져 있는 벽화. 날개만 그려놓기에는 심심했는지, 형형색색의 풍선들도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동심으로 가득 채워진 벽화 아래에 무성의하게 버려진 담배꽁초와 침 자국으로 보이는 얼룩들이 가득하다.


'여기서 담배 피면 타락천사인가?'


주석은 벽화에 기대어 피지도 않는 담배를 흉내 낸다. 상상 속 담배는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천천히 타들어가며 줄어든다.


담배를 한대 태운 주석은 이곳에 머물렀던 수많은 타락천사들의 흔적을 주워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