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
팥빙수 뚜껑이 바닥을 나뒹군다. 팥앙금이 가득 들어있다고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팥빙수 뚜껑. 붕어빵을 베어 물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빙수를 사 먹을 만큼 날이 무더워졌다.
망고 빙수, 딸기 빙수, 멜론 빙수 심지어 초코 시럽 가득한 초코 누텔라 티라미수 빙수까지 수많은 종류의 빙수가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주석은 여전히 우유를 부어 먹는 2000원짜리 빙수를 좋아한다. 가격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맛은 그대로이기에 엄마와 함께 먹던 그 빙수를 추억하며 가끔 사 먹곤 한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밝게 빛나고 있다. 주석은 몇 년사이 잔뜩 생겨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바라본다.
‘이런 가게 하나 차리면 숨만 쉬어도 돈이 들어오겠지... 나도 하나 차릴까?’
굴러다니는 팥빙수 뚜껑과 환하게 빛나는 가게 안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문 앞에 붙여진 CCTV 사진을 발견한다.
‘6월 14일 15시 04분 아이스크림 훔쳐 간 학생들은 자진 신고 바랍니다. 20일까지 연락이 없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산 주민으로서 이웃들과 얼굴 붉히고 싶지 않습니다. ’
주석은 CCTV 화면 사진 속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인 후, 바닥에 떨어진 팥빙수 뚜껑을 조심스레 주워 들었다. 문 앞에 붙은 쪽지를 다시 한번 흘깃 바라본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