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드르륵 탁 드르륵...'
인도 위를 굴러가던 바퀴가 무언가에 걸려 잠시 튀어 올랐다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다.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어느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남기고 간 자리에는 검정색 110V 충전기만 떨어져 있다.
주인 없이 홀로 남겨진 검정 돼지코는 지나가는 고양이의 장난감으로 쓰이고, 거세게 부는 바람에 날아다니며 주변을 맴돌았다.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구둣발에 치여 자리를 잡은 후 동네를 청소하던 주석의 눈에 들어왔다.
'누가 여행 가는 길에 떨어뜨렸나 보네.'
주석은 돼지코를 주워 상태를 살펴본 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때마침 오늘 같이 일하는 김 선생님께서 아내분과 2주 뒤에 일본으로 패키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참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딸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보내주는 거라며 새벽부터 딸 자랑을 쉬지 않고 해댔었다.
'신발 벗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거 알지?'라며 철 지난 개그까지 선보이는 김 선생님에게서 주석은 도망치 듯 동네로 온 참이었다.
'선생님 가져다 드리면 되겠다.'
한껏 신이 난 표정의 김 선생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이거 기본 30분인데...'
주석은 예견된 딸 자랑이 귀에 울려 퍼지는 듯하여 주머니에 든 돼지코를 만지작 거리다 피식 웃어 보이며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