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함
까만색 가방을 들고 있는 남자가 문 밖을 나선다.
남자는 피곤한 듯 입을 쩌억 벌리며 크게 하품을 한다. 가방이 무거운 듯 어깨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붙들어 매기 위해 어깨를 가볍게 튕긴다.
주머니 속 담배곽을 꺼내 탁탁 소리를 내며 손바닥에 부딪친다. 소리가 가볍다. 담배곽을 확인한 남자는 담배를 꺼내 물고선, 담배곽을 손으로 꽉쥐며 뭉갠다. 쭈글쭈글해진 빨간 담배곽이 바닥 아래로 떨어진다.
두어번 담배를 빨고 뱉자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건다.
"출발했냐? 어어 나도 이제 출발하려고. 그치 지금 가야 세팅하고 준비하지. 너도 나도 이게 뭔 고생이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지?"
골목에 콜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담배 연기가 얕게 퍼진다.
"올해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접으려고. 나도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순 없잖냐. 암튼 새벽부터 이런 이야기 하지 말고 가서 보자. 너나 늦지마 인마."
남자는 마지막으로 담배 한모금을 빨고 깊게 숨을 내쉰다. 담배 연기가 남자의 얼굴을 가린다. 가방에서 꺼낸 카메라를 가로등 아래 비춰보며 빠트린 것은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한 남자는 발길을 옮겼다.
남자가 사라지고 몇분 후 주석이 리어카를 끌며 나타난다. 바닥에 떨어진 빨간 담배곽을 주워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