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by 김승수

소확행

조그마한 노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열쇠가 없어 열 수 없는 비밀 노트다. 어린이용 노트인 듯 작고 알록달록하다.

주석이 당겨 보지만, 자물쇠는 덜컥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어떤 비밀이 적혀 있기에 자물쇠로 단단히 잠그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힘껏 당기면 열릴 것 같기도 하지만, 억지로 열어보지는 않는다.

초등학생 시절, 주석은 ‘비밀’을 참 좋아했다. 별것 아니더라도 남들은 모르는 걸 나만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거워했다. 어떤 비밀이냐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만 알고 있다는 게 즐거울 뿐이었다.

어느 날, 주석은 작은 꽃이 그려진 벽을 발견한 적이 있다. 평소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하교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선물 같은 장면이었다. 주석은 작고 귀여운 꽃 그림이 좋아 그 길로 하교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왜 굳이 먼 길로 가냐고 물었지만, 주석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비밀을 지켜냈다.

어쩌면 이 노트의 주인도 그런 비밀을 적어 두었는지도 모른다. 놀이터에 예쁜 돌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든가, 친구가 짝사랑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처럼, 사소하지만 귀여운 비밀들.

주석은 살포시 돌 위에 노트를 올려놓는다.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줬다는, 혼자만의 사소한 비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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