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함

by 김승수

쓰레기봉투 속 상장처럼 보이는 종이가 들어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졸업증명서이다. 성명, 생년월일, 학번, 학과 등 졸업자에 대한 기본 사항들이 적혀 있다. 언제 졸업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주석은 자신의 대학교 졸업식을 떠올려 본다.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과 학사모를 쓰고, 학교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다녔던 그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학교를 눈에 담으며 속으로 추억을 되새겨 보았던 그날. 졸업하는 날만을 기다렸었지만, 막상 그날이 오니 시원섭섭하고 불안감이 느껴지던 그날.


졸업증명서를 바라보며 그때 그 감정이 가물가물 떠오르는 듯 눈빛이 아련해진다.


‘이 사람도 비슷한 마음으로 졸업하지 않았을까? 졸업, 전역, 은퇴.... 직책을 내려놓는 것은 시원섭섭한 일이니까.’


주석은 잠시 멈춰서서 해고 통보를 받았던 회사를 떠올려 본다. 청춘을 바쳐가며 일했던 회사. 짐을 챙겨 나오며 회사를 바라보던 그날도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던 주석이었다.


증명서의 주인도 무엇인가 졸업을 증명해야 하는 일이 있기에 뽑았을 것이다. 주석은 종이의 주인이 주석처럼 시원섭섭함 뒤에 쓸쓸함을 남기지 않길, 그저 묵묵히 리어카를 끌며 빌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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