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임대차 계약
책방지기: 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계약금이라는 것을 넣습니다. 계약금이란 ‘내가 여기 찜했으니, 다른 사람과 계약하면 안 됩니다.’와 같은 출사표입니다. 장수가 출사표를 던졌으니, 전장에서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후퇴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거든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좌우로 움직인다.
책방지기: 계약금도 냈겠다, 곧 있으면 임대차 계약을 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말은 즉 숨만 쉬어도 월세를 내야 한다는 말이었죠.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체감되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들어 여기저기 전화를 건다.
책방지기: 네, 안녕하세요. 수도 배관 견적이 어느 정도일까요? 네. 네. 다른 곳도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아아 감사합니다. (휴대폰은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후... 계약서도 안 썼는데, 굉장히 바빴습니다. 전기, 수도, 목공 등 계약서를 쓰자마자 공사가 진행될 수 있게 스케줄을 미리 짜 둬야만 했거든요.
자리에 앉아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책방지기: 어찌저찌 상가를 계약 날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건물‘주님’을 만나는 날이었죠. 저는 이상한 사람만은 아니기를 부동산에서 빌고 있었습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발... (딸랑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렸고 저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경량 패딩을 입고 등장한 젊은 건물주가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책상에 놓인 종이에 서명하는 시늉을 한다.
책방지기: 건물주는 무심한 태도로 순식간에 계약서에 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뭔갈 설명을 해도 그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죠. 덕분에 제가 준비한 ‘이상한 건물주 대응하기’ 시나리오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긴장한 것에 비해 계약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금방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손에는 임대차 계약서가 들려있었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말을 꺼낸다.
책방지기: 그렇게 저는 그날. 대구 중구 공평로 8길 32, 2층의 임차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