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책방 공사

by 김승수

#7 책방 공사

책방지기: 정식으로 계약도 했겠다. 방치된 공간을 책방으로 바꿀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책방이기 이전에 미용실이었습니다. 무려 1년 동안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니 당연히 손 볼 곳이 많았습니다. 제가 희망하는 초고록의 모습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나무 냄새, 책 냄새가 나는 다락방.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줄자를 꺼내 자를 늘인다.


책방지기: 한 달간의 책방 공사에서 저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동반자입니다. 그 어떤 공사를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치수를 재는 것이었죠. 전문가들처럼 레이저로 재면 좋겠지만, 그런 것이 저에게 있을 리가 없죠. 1, 2cm 틀리는 ‘휴먼 에러’가 발생하는 건 능사였습니다. 오죽하면 치수를 재던 저와 제 친구의 사진을 본 지인분이, 근처면 도와주시겠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엉성했습니다. 저희가 거의 덤앤더머였거든요. (줄을 늘이며) 31.3? 이렇게 애매하게 만들 리가 없는데, 그냥 30cm로 하자.

줄자로 무대를 치수를 재며 고개를 끄덕인다.


책방지기: 그렇게 수십 개의 ‘휴먼 에러’들이 모여 조감도와 평면도를 완성했습니다. 당연히 실측이 엉망이니, 조감도와 평면도도 엉망이었습니다. 궁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끔은 모르고 있는 게 약일 수도 있거든요.

줄자를 집어넣는다.


책방지기: 하지만, 측정이 엉성하다고 해서 공사를 엉성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공간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전기와 조명. 여기서 제일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새로 산 냉난방기, 카운터와 수도 배관까지.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쳤죠. 아마 이것마저도 혼자서 해보겠다고 억지를 부렸다면, 저는 감전 당해서 저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하늘에서 여러분들에게 말을 건내고 있었을 겁니다. (작게 외치며) 책.. 책을 읽읍시다....! 책을 사세요! 들리셨나요? 다행입니다. 진심이 담긴 말이었거든요.

무대 뒤편 책장을 만진다.


책방지기: 물론, 셀프 인테리어도 많이 했습니다. 3일에 걸쳐 친구들과 칠한 하얀 페인트 벽. 아버지와 함께 조립한 책장. (로봇 흉내를 내며) 조립 머신이 된 것 마냥 만든 책걸상까지. 책방지기와 주변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 담겼죠. 그러니 부디, 사용 시에 다소 삐그덕 거리더라도 어여삐 여겨 주시길 간청드려봅니다. 그렇게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휑하기만 하던 공간이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가장 중요한 일만이 남았죠.


뒤로 돌아 책장에 책을 고르다 한 권을 집어 들어 돌아선다.


책방지기: 초고록과 어울리는 책을 선정하는 일이죠.

작가의 이전글#6 임대차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