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매물 확인
책방지기: 휴대폰 너머로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손으로 공손하게 휴대폰을 잡고서) ‘아~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누구신지는 몰랐습니다. 그동안 받은 명함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대뜸 삼덕동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순간 머리가 반쩍이는 게 느껴졌죠.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난 후 저는 곧장 미팅 일정을 잡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향한다.
책방지기: 미팅 당일이 되었고, (무대 좌측으로 이동하며) 저는 첫 번째 매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신축 주상복합건물이어서 깨끗하고, 쾌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에 고양이 카페가 있어 귀여운 친구들이 많았죠. 그렇지만, 공간도 그렇고, 건물 느낌도 그렇고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가장 크게 정이 가지 않았던 것은 월세였지만요. (무대 우측으로 이동하며) 빠르게 두 번째 매물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지금의 초고록이 있는 장소로 말이죠. 중개사분이 장사를 참 잘하신다고 느꼈습니다. 첫 번째 매물을 보고 난 이후에 이곳으로 오니 차이가 확 느껴졌거든요. 심지어 내부는 둘러보지 못하고, 멀리서 유리창 너머로 구경하는 게 다였는데도요.
책방지기: 부동산은 소개팅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소개팅 상대로 추정되는 인물이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아 이 사람이다.’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저는 느껴본 적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초고록 건물을 보면서 ‘아 여기다.’ 같은 생각이 들었죠.
자리에 앉아, 책상을 자신의 앞에 두고서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책방지기: 하지만, 소개팅 상대의 겉모습이 멀쩡하다고 해서 내면까지 멀쩡하다고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종이에 정답, 오답 표시를 하며) 그래서 우리는 최소 2번. 에프터, 삼프터를 하면서 상대를 알아가죠. 저의 에프터는 무려 3주 후였습니다. 지독한 외사랑이었습니다. 소중히 얻어낸 에프터인 만큼 상가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종이에 정답, 오답 표시를 하며) 월세는 어떻고, 벽 상태는 어떻고. 그 결과, 드디어 나의 님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펜을 내려놓는다.
책방지기: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그 자리에서 계약 의사는 표하지 않았습니다. 밀당을 좀 해야겠다 싶었거든요. 집에 돌아간 저는 이성적으로 조건들을 판단해 보았고, 결국 삼프터를 신청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만난 매물은 역시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성공적인 삼프터 이후에는 당연하게도 고백으로 이어졌죠.
책상 위에 손을 모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책방지기: 중개사님. 계약. 진행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