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 또 공부

-태재대학교 일기 2

by Joy to the World

소신 발언을 하나 하고 시작하고 싶다. 난 고3때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거 같다.

대학생이 고3보다 더 힘들다고...

라고 얘기하면 내 친구들이 배부른 소리한다 하겠지.


소신발언에 대한 증거를 가져오기보다는 그냥 나의 삶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보통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선다. 기숙사에 도착해 짐 정리를 하고 아침 강의를 참석한다. 월요일은 청소하는 날이다. 전체적으로 청소를 해주고 밥을 해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수업 들어가기 전까지 공부를 하다가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하고 밥 먹고....

이러면 글이 재미가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실이기는 하지만 정리하자면 거의 하루 잠자는 6~7시간과 밥 준비하고 먹는 시간을 빼면 수업 듣고 공부하는 시간이라는 거다. 운동도 하고 잠깐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도 있지만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게 지금까지 나의 한 달의 삶이었다.

난 대학생이 되면 그래도 여유 있게 책도 읽을 시간이 많고 글도 자유롭게 쓰는 낭만 작가 생활도 함께 해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웬 걸. 지금 시간이 부족해 잠을 줄여가며 12시에 자고, 과제와 Post reading을 하느라 주말에도 열심히 타자를 두들기거나 노트 정리를 하고 있을 줄이야. 나도 상상 못했던 나의 대학 생활 한 달이었다.


밖에 나가는 날은 언니가 놀러온 날밖에 거의 없을 정도로 폐쇄적 공부 생활을 감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가 학생들을 바쁘게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매 수업마다 준비해 가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

우리는 Pre reading과 Post reading 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 그대로 Pre reading은 수업 전에 읽어가야 하고, Post reading은 수업 후에 읽는다. 전자는 필수, 후자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두를 다 하려 한다. 욕심일까 라고 생각을 해보는데, 나중에 과제할 때 어차피 교수님들이 post reading을 쓰게 하시기 때문에 차라리 미리 읽는 게 낫다. 그리고 Post reading을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더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나는 읽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영어 실력도 늘지 않겠는가. 물론 많은 학생들이 Post reading은 읽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안다. 그렇지만 지금 안 읽으면 나중에는 절대 안 읽을 것이고, 애초에 내가 직접 찾아서 읽어보지 않을 내용이란 것을 알기에 나의 지경을 넓히려면 도전이라도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교수님들이 쓸 데 없는 것을 주시지는 않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 나는 다 읽는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 미리 들어야 하는 강의도 있고, 가끔 수업에 들어가면 너무 졸리기도 하다. 때론 지루하고, 교수님이 가끔 이해가 안 되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며 너무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교회 일도, 놓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놓쳐서는 안 되는 것도 있고 말이다) 긴장 상태로 1달이 지나간 것 같다.


그래도, 잘 지나갔다.


그래,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처음인 나의 일상은 예전의 나의 일상과 맞물려 새롭게 만들어져갔다. 처음 과도한 것 같은 과제 양에 (Pre reading말이다) 기겁하고 그 때문에 1시까지 공부하기도 하고, 치열하게 주말까지 공부하며 지냈던 그 시간들이 차차 모여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그리고 말이다,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상담 중에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면 앞으로 금방 취미생활을 위한 시간을 만들수도 있을 거라는 교수님의 희망적인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내가 지난 6개월 사이에 영어가 훌쩍 늘어 이제는 영어 실력을 고민할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말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Pre reading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고민했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구나. 그러다가도 나 자신에게 처음이고 이제 적응 중이라고 얘기해주었다. 무엇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논문 읽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실력이다 싶다. 익숙해지고, 알아야 한다. 그런 글에서 어떤 느낌의 문체와 단어를 많이 쓰는지. 그걸 보게 되면 그때부터는 속도가 좀 붙는 것 같다.


AI는 쓰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 적어놓고 생각하고 얘기해보고 고민하며 보냈다.


그렇게 살면서 과제도 마무리해보고 여러가지 일들을 종합적으로 병행하며 살아왔다. 나는 매거진 활동도 하고 기숙사 관리직(?)으로 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쓴 글을 이젠 종강이 1주일 남은 시점에서 읽고 있다. 기분이 새롭다.


사실 많이 힘들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넘 나만 이렇게 사나 싶어서 불평도 많이 하고. 내 일상은 왜 이러지 투덜대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웃을 수 있는 것이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말이다. 워낙 기초학문을 배워서 그런지 우리의 모든 수업은 배운 개념을 각각의 수업에서 다 써먹을 수 있다. 내 강의는 네 개, Critical and Rational Thinking, Rhetoric & Persuasion, Diversity, Empathy, and Global Citizenship, Empowered Learing 이다. (내가 듣는 순서대로 나열했다) 첫번째 수업에선 생각하는 법을, 두 번째 수업은 나의 그 생각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세 번째 수업에선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 여러 가지 사회 이슈들을 살펴보았다. 네 번째 수업에선 어떻게 하면 삶을 잘 살 수 있을까를 탐구해보는데, 이 수업에서는 영상 만드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수업은 워낙 개념들이 좀 학술적인 것들이 많아서 확실히 어렵기도 하나 재밌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Diversity 수업의 과제에 뭔가 다른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섞어나가는 법을 이번 학기에는 배운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피곤하지 않게 스케줄을 조절할지도 알게 된 것 같다. 순간순간이 너무 겹쳐져서 피곤하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잘 살아낸 것 같다.


내 학교에 어떤 사람은 한 학기 학비를 버린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는 아니라고 나는 잘 사용하고 잘 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하련다.


이제는 어떻게 하는지 조금은 알 거 같다. 이것 또한 공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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