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과 코뿔소
사이다 맛이었다.
그의 친구는 우리 둘을 그의 집 앞에 내려주었다.
그는 잠시 집에 다녀왔고,
나는 ‘아… 여기가 너의 집이구나’ 하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빨간 지붕의 삼층집.
왜 집에 갔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고, 그땐 궁금하지도 않았다. 내 나이 스무 살.
엄마에게 돈을 받으러 잠시 다녀왔다는 얘기는, 20여 년이 지나서야 들었다.
집에 다녀온 그와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핑크색 건물이 보였고,
그는 그 건물을 가리키며 맥주를 더 마시자고 했다.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것들을 샀다.
사이다, 맥주, 바나나킥 따위를 사 들고 우리는 핑크색 건물로 향했다.
나는 참 어렸고, 겁도 없고, 깜찍한 아이였다.
어여쁘고 싱그러운. 예뻐서 예쁜 게 아니라, 젊음이 예뻤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순풍산부인과 보며 맥주를 마셨고, 하하하 웃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다 맛이 났다.
아직도 놀림거리가 되는 그 깜찍한 아이의 한마디는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꽉 맞는—아니 꽉 끼는—
새로 산 티셔츠가 다 늘어날 것만 같아서,
큰 손으로 어설프게
내 옷을 벗기려 애쓰는 그에게 나는
“내가 벗을게.”
라고 말해버렸다. 아놔.
나란 아이, 정말…
스무 살 그 시간이 눈물 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