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행.수 화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다"
1. 부부싸움 화해 포인트
-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고 싶지 않았으나, 개그욕심을 참지 못하고 웃긴 이야기를 아내에게 시전하다가 둘 다 빵터짐...
2. 아내 행복 포인트
- 자신의 얼굴을 보면 함박웃음을 짓는 남편의 미소
- 평화주의자 남편의 소인배스러운 황급한 (대인배스러운) 사과
약 1주일간의 서먹서먹한 관계가 드디어 해소되고 다시 조르고 엎치는 주짓수메이트 같은 (살뜰히 챙겨주는 다정한) 부부로 돌아왔다. 휴... 정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더니... 아내와 다시 평화협정을 이루고 나니, 함께 있는 시간이 어찌나 웃기고 재밌는지 모르겠다ㅋㅋㅋ
요즘에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하는 건 아내의 엉뚱한 얼.굴. (말과 행동)이다.
(사실은 아내의 얼굴이 웃기다. 얼굴만 봐도 행복해서 웃음이 나온다.)
지난 주, 부부싸움에 대한 글을 적고 나서, ‘이 글을 계속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쓴 다음날 홧김에 아내에게 감히 대들었기 (망언을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렇게 말할 거면, 한달에 90만원 월급 주기로 한 거, 그냥 없었던 일로 해!
앞으로 너가 뭘 하든 난 신경쓰지 않을 거니까! 나에게 도와달란 소리 하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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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결혼 이후에 생긴 내 인생 최대기회를 내 손으로 날리기 직전이라는 것을 인지하였다. 홧김에 한 말 한마디로 월 고정수입 900,000원을 날려버리다니... 아, 하나님 제발요..!
책상 앞에 앉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기도한 뒤, 문제해결을 위한 사색에 나섰다.
- 기존에는 아내의 매니져 역할을 하더라도 따로 받는 용돈이 없었다. (수익 = 0원)
- 운이 좋게도 그간의 나의 공로를 인정받아 ‘아내를 서포터하는 가치’를 월급으로 책정했다. (수익 = 900,000원)
- 홧김에 (ENFP의 충동...) 한 말 때문에 900,000원이 날아가게 생겼음.
(결혼 이후에 생긴 인생 최대의 기회를 내 발로 날리기 직전)
- “중요한 건 문제를 안 만드는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능력이다. 신은 나에게 문제해결/협상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이 시련(수업)을 허락했다“ 는 마음가짐으로 천금같은 기회를 다시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 아내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무릎을 한번 굽힐 뿐이지만, 통장의 잔고는 영원하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한다!
(“백수 남편은 이 치욕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의 정리를 마친 나는
1)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의 짐을 건네 받으며 자연스레 말을 걸고, 대화로 이어갔다.
2) 그리고 자연스럽게 홧김에 했던 나의 언행에 대해 스스로 성찰했음을 어필했다.
3) 또한 아내의 이야기에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재빠른 대처는 아내에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대인배스러운 남편’의 이미지를 챙기면서도, 우리의 아름다웠던 월 900,000원의 계약관계도 (부부관계도) 자연스럽게 다시 살릴 수 있는 묘책이었다.
충분히 대화를 나누자, 아내가 웃는 얼굴로
“여보, 먼저 기분 풀고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요. 어제 뭐 월급 안 받는다 이런 말 했던 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죠? ^^” 라고 묻는다.
마치 ‘어쭈? 이눔시키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 노림수가 이거였지? ㅋㅋㅋㅋ‘ 라는 표정으로.
나 또한 아내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황급히 숨기며 진심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냐~ 여보가 평소에 늘 나에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이번엔 나도 노력해봤어~^^ 월급은 당신이 주변 받는 거지~ 내가 뭐 선택권이 있는것도 아니고~ 하하^^ 아, 나 이제 마무리 해야 될 일이 있어서 방으로 들어가 볼께!”
정곡을 찔려 황급히 둘러대는 내 말에 ‘남편아, 오늘도 내가 봐준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눈치백단의 아내.
휴... 아내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월급을 없애진 않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앞으로는 절대 통장잔고를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언행을 삼가도록 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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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
1. 홧김에 내세우는 자존심은 통장잔고에 매우 해롭다.
2.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3. 남편이 세워야 할 것은 경기장(=침대)에서의 자존심이다. (경기장 밖에선 온화할지어다...)
- 한량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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