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 당신은 대체 언제 돈을 벌건데!
아.행.수 Caution. "부부가 싸운 날 1"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싸움 패턴이 지긋지긋한 오늘.
오늘은 유독 ‘도대체 돈은 언제부터 벌 거야?’라는 아내의 질문에 넌더리가 났다.
아마도 나를 걱정하는 몇몇의 가족들의 말이 누적이 돼서 그런 것 같다.
30대가 되고나서 처음으로 ‘살기 싫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고 싶다’는 아니다. 난 죽을 용기도 없고, 죽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게 가족일지라도) 나를 답답해하고 나의 방식을 ’못마땅해 하는‘ 것이 날 힘들게 만든다.
왜 내가 남을(가족을)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까.
오늘 내 마음이 우울한 것은 ‘인정받지 못함’을 넘어서 ‘못마땅함’을 받는다고 느껴서다.
(물론, 아내 혼자서만 돈을 버는 이 상황이 아내도 정신적으로 힘들 것임을 당연히 알고 있다.
둘이 벌면 더욱 빠른 속도로 독립을 할 수 있을텐데, 경제적 부담을 혼자서 오롯이 지고 있다는 생각이 아내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늘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그리고 나도 내 자신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지금의 나’는 돈을 버는데 썩 관심, 욕구,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연봉으로 따져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많은 돈을 번 해(년도)도 딱히 없었다.)
내가 잘 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요구받아야 하는 상황이 싫고, 나의 약한 부분으로 ‘나의 쓸모의 유무’를 평가받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살 바에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올라왔던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도 ‘나의 쓸모없음’이라는 주제로 인해 수많은 자책과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10대 ~ 20대까지 내 삶은 자기비하의 연속이었다.
- 내가 얼마나 쓸모 없는 인간인지
- 내가 얼마나 세상에 큰 해악을 끼치는 인간인지
이러한 생각들이 가득했고 그로 인해 ‘무능한 존재’로서 겪어야 하는 수모와 수치들을 실제로 많이 겪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30대가 되고 사회생활 속에서 내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갖추면서 ‘30년을 버틴 끝에 그나마 쓸모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믿음이 생겼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그 생각이 무너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능함보다, 현재 상황에서 가족들로부터 요구받는 ‘돈 버는 능력’의 무능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혼을 하면 내 삶이 나아질까?”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 돈 못 버는 남편에게서 해방되는 아내.
- 게으른 아들(동생) 때문에 며느리/올케 보기가 부끄러웠던 부모님/시누이 에서 해방되는 부모님/누나
휴... 부정적인 생각들에 집중하며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나의 힘듦을 공감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들었던 “공부 좀 해라”를 이제 실천하려니 “철을 모르고 사는 철부지”가 되어 버렸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감정적으로 참 힘든 날이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는 더 이상 글을 쓰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게 되는 것 같아) 이만 줄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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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아내가 조금은 더 행복했을까..?“
- 조금은 우울한 날의 한량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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