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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Oct 17. 2022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 | 라이카 카메라

Leica

01 | 불편함과 감성의 영역

나는 아이폰을 쓰다가 갤럭시로 갈아탄 유저였다. 아이폰의 불편함에 넌더리가 나서 갤럭시로 갈아탔기 때문인지 줄을 서가면서 프리미엄을 줘가면서까지 아이폰을 구매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굳이? 싶었다. 하지만 라이카를 사고 경험을 해보면서 아이폰 유저들이 이해가 갔다. 카메라계의 애플, 라이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애플의 사과 로고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라이카의 빨간 로고에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왜일까?


02 | 카메라의 역사를 바꿔놓은 라이카

뭐든 시장을 바꾼 기업, 아이템은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갖는다. 아이폰도 마찬가지. 라이카도 아이폰처럼 카메라 시장의 역사를 바꾼 기업이었다. 기존에 무겁고 컸던 카메라가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 것. 최초의 소형 카메라, Ur Leica를 시작으로 라이카는 카메라 시장을 바꿔놓았다. 또한 용이한 휴대성 덕분에 라이카의 인기는 사건 현장의 생생한 장면을 포착하려는 독일 포토 저널리즘의 성장과도 함께 했다.

1921년 나온 이 카메라는 경매에서 약 13억에 가까이 팔렸다.

03 | 라이카의 정체성 M 시리즈

라이카는 이후 모든 카메라 제조사가 라이카의 영향을 받았을 만큼 렌즈 교환과 확대 인화와 같은 현대적인 필름 카메라 시스템의 기초를 세웠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회사의 전력을 쏟은 역작을 출시하는데 바로 M 시리즈. 1954년 발표한 M3는 매우 혁명적인 제품이었다. 이중상과 파인더가 한 파이터 안으로 통합이 되었고 파인더 안에는 Bright-Line으로 렌즈 화각을 표시할 수 있었다. 또한 셔터 스피드 다이얼은 각각 수치에 멈추는 클릭 기능을 갖췄었다. 렌즈 마운트는 스크류 방식이 아닌 항상 일정한 위치에 고정되는 베이요넷 방식을 택했었다. 이러한 기능들은 거의 모든 기계식 카메라들로 확대가 되었고 그렇게 M3를 기계식 카메라의 어머니가 되었다. 기능뿐만 아니라 콤팩트하면서도 미려한 디자인은 덤..


04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의 전환

Kodak의 첫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는 기계식, 아날로그 카메라의 교과서가 될 만큼 수많은 혁신을 이루어냈지만 시대는 점차 아날로그에 디지털로 변해가고 있었다. 점차 카메라 시장은 독일에서 일본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캐논과 소니가 디지털카메라의 선두를 차지하고 라이카는 이미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에서 뒤처져 있었다. 불필요한 필름, 저렴해진 가격, 높은 화소, 노출, 조리개 값들이 그때 환경에 맞게 오토로 설정해주는 기능들, 디지털의 등장은 모든 게 수동이었던 아날로그는 이제 역사로 잊히나 싶었다.


05 | 그럼에도 라이카를 로망하는 이유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라이카를 로망하고 있다. 라이카에도 디지털카메라 라인이 있지만 사람들은 찾는 건 여전히 M 시리즈. 그건 아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성의 영역.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천만원이 넘는 아날로그 카메라를 구입할 이유는 없다. 더 좋고, 더 편하고, 더 싼 카메라가 수두룩하니까. 하지만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행동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닌 로봇일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이성적이지 않은, 논리적이지 않은 결정들. 라이카의 역사, 클래식한 디자인, 그리고 수많은 다이얼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손 맛,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단순한 사과 로고에 열광하듯이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이카의 단순한 저 빨간 로고에 열광을 한다. 누구에겐 불편함을 느끼지만 누군가는 재미를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카를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카메라가 아닐까?

06 | Photo taken by Le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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