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하츠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양아치, 문신 돼지일 것이다. 한국만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크롬하츠의 모자, 반지, 목걸이,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들은 흔히 우리가 양아치, 문신 돼지라고 부르는 부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예로는 톰브라운과 스톤 아일랜드, 골든 구스 등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들의 소비는 이 브랜드들의 정신과 문화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크롬하츠는 LA 기반의 브랜드로 그 기반에는 락과 바이크의 정신이 담겨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거리에서 보는 크롬하츠를 보면 그들이 과연 락과 바이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02 | 녹슬지 않는 심장, 크롬하츠의 정신
크롬하츠의 시작은 바이크였다. 할리 바이크를 즐겨 타던 스타크는 본인의 마음에 드는 재킷이 없어 본인이 바이크를 탈 때 입을 재킷과 팬츠를 커스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주변에 바이크를 타는 지인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존 바우먼과 은세공업자인 레오나드 캄호트를 만나게 되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크롬하츠'가 탄생하게 된다.
크롬하츠의 또 다른 정신은 Rock이라고 할 수 있다. 크롬하츠는 바이커를 위한 액세서리와 의류뿐만 아니라 Guns N’ Roses, Sex Pistols, The Rolling Stones과 같은 전설적인 락스타들의 기타, 무대 의상들을 커스텀하기 시작했다. 수작업으로 만들 볼드하고 고딕한 액세서리에 락커와 대중들 모두 환호하기 시작했고 락과 바이크 팬들에게 아이코닉한 브랜도 각인되었다.
실버 하드웨어 하나하나 크롬하츠의 정신이 들어있다. 가격은 약 천만원. 저게 다 수작업한 실버라 그렇다.
03 | Don't give a Fuck
크롬하츠는 상업적인 브랜드가 아니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공장도 하나밖에 없다. 대중들의 취향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멋있다고 생각하면 만드는 브랜드. 그게 뭐든. 젓가락, 소금통, 심지어 덤벨까지. 이걸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거기에 드는 시간과 노력으로 반지를 더 만들었으면 훨씬 더 많이 팔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이 오히려 크롬하츠를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들이 대중과 타협하고 뜻을 굽혔다면 오히려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반항했기에, 곤조를 지켰기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저 쓰잘떄기 없는 100만원이 넘는 젓가락도 사고 싶게 만들었다.어떻게 보면 반지를 산 사람은 제대로 된 크롬하츠를 느끼지 못한 것. 크롬하츠의 곤조를 제대로 느끼고 싶으면 쓰잘때기 없는 젓가락이나 저 나이프를 사보자. 적어도 발목 양말에 슬리퍼, 크롬하츠 모자를 쓴 사람보다는 당신이 훨씬 멋질테니
Drake의 Rolls-Royce 커스텀
04 | 크롬하츠의 심벌
크롬하츠하면 대거, 십자가와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이는 중세 유럽과 크리스트교의 문양에서 유래했다. Fleur de lis는 중세 프랑스 황실에서 많이 사용되던 문양이고, Dagger와 Cross는 교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Kindom of France
이러한 고딕하고 엔틱한 심블들을 사용한 크롬하츠의 액세서리는 그들의 세공 기술과 가죽 공예 기술과 어우러져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크하고 앤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반지 하나만 차도 다른 옷의 분위기를 죽일 정도. 그래서 크롬하츠는 하나만 사는 브랜드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맑은 설렁탕을 먹는다고 해보자. 근데 이때 불닭볶음면은 한 입 먹고나면 과연 설렁탕의 국물 맛이 잘 느껴질까? 비슷한 느낌이다. 적어도 크롬하츠를 입으려면 김치찌개는 되어야한다. 그런데 이런 크롬하츠를 스톤 아일랜드와 골든 구스와 같이 입으니, 안 어울릴 수밖에. 마치 커피와 순대를 같이 먹는 느낌이랄까
05 | 크롬하츠를 제대로 즐기는 법
그래서 그럼 크롬하츠를 입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롬하츠를 즐기려면 적어도 2가지 조건 중 하나는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락 혹은 바이크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있을 것
말했듯이 크롬하츠의 기반은 LA의 바이크와 락 문화다. 그런 기반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크롬하츠를 사는 것은 사치, 그 이상, 그 이하의 행위도 아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 것. 그것만큼 멍청한 소비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싼 음식을 먹는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먹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돈이 많으면 상관없다. 우리의 인식에서 크롬하츠가 좋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이유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보다는 과시에 중점을 두어 소비가 이루어졌기 때문. 매장에 들어가기 전 적어도 AC/DC, Gun's N Roses, Sex Pistols, The Rolling Stones 노래 한 곡은 듣고 가자
2. 돈이 정말 많을 것
사실 돈이 많으면 상관없다. 100만원, 1000만원이 그냥 일반인들의 만원 정도의 체감이라면 굳이 그런 큰 고민 없이 사면된다. 다만 중국 부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돈도 많고 1번의 조건까지 갖추었다면 그야말로 당신은 '녹슬지 않는 심장'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크롬하츠는 정말 인식이 좋지 않은 브랜드지만 크롬하츠는 알고 보면 정말 멋있는 브랜드다. 대체제가 없는 아이코닉한 브랜드. 이 글이 조금은 브랜드의 오명을 씻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제시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