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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Nov 16. 2022

반전의 상징, M65 필드 자켓

Fashion in Movies | Taxi driver

01 | 씻을 수 없는 상처,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은 미군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쟁 전 미군은 제 세계 2차 대전에서 파시즘에 대항하는 수호자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자 한국전쟁에서 공산주의에 대항해 남한을 지켜낸 수호자로 국민들은 '정의로운 세계의 경찰의 미국', '초강대국 미국'을 철저히 믿고 있었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베트남을 빨갱이로부터 구하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패전이라는 단어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여론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구정공세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미국 대사관이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에게 공격받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영되면서 히피와 좌파 단체들을 시작으로 급격히 여론은 반전되었다. 게다가 통킹만 사건도 조작임이 밝혀져 미군의 정의로운 위상에 크게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02 | “언젠가 진짜 폭우가 쏟아져 거리의 쓰레기를 모두 쓸어버리는 날이 올 거야”

전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낳는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트레비스 비클은 미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다. 트레비스 비클은 전역 후에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는 마땅한 직업을 가질 능력이 없어 택시 드라이버로 일하게 되는데 그의 손님들은 주로 약물 중독자나 도둑, 포주들이었고 그는 그들을 경멸하며 언젠가 모든 쓰레기를 쓸어버리겠다는 환상을 품게 된다. 

그런 그는 평소에 M65를 즐겨 입었는데 아마 그건 그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용사였기 때문. 실제로 우리가 전역 후에 깔깔이를 집에서 즐겨 입는 것처럼 많은 참전 용사들이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M65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03 | M65, 베트남 전쟁의 야전 상의

M65 자켓은 베트남 전쟁 때 사용되던 야전 상의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야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에 M은 Military, 65는 연도를 뜻한다. 43년도에 나온 야상은 M43, 47년도는 M47 이런 식으로. M65에도 디테일에 따라서 여러 variation이 존재하는데 

1세대는 스탠드 칼라, 가슴과 허리에 4포켓이 특징.  스탠드 칼라에는 지퍼가 있어 지퍼를 열면 후드를 꺼내서 착용할 수 있다.   2세대 제품은 견장과 은색 알루미늄 지퍼가 특징인데 밀리터리 무드의 상징과도 같은 견장은 현장에서 수통이나 쌍안경을 부착하기 위해서 고안된 디테일이다. 3세대의 경우 은색 지퍼가 황동 지퍼로 변경되고, 4세대 제품에는 플라스틱 지퍼가 사용되었다. 


04 | 반전(Antiwar)의 상징, M65

앞에서 말했듯이 베트남 전쟁의 여론이 악회 되면서 히피족들은 자유와 사랑, 평화와 같은 슬로건들을 외치기 시작했고 그들은 반전(Antiwar) 메시지를 담은 패치 혹은 프린팅을 M65 자켓에 부착하고 청바지 위에 걸침으로써 그들의 메시지를 거리에서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떻게 보면 가장 자유와, 사랑, 평화와 거리가 먼 아이템인 군복을 이용해 그들의 메시지를 표한한 것이다. 그렇게 M65는 군인에서 히피로, 그리고 히피에서 오늘날 대중으로 퍼져 많은 사랑을 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05 | M65 스타일링, '반전'

오늘날 M65는 대중들에게 퍼져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의 카테고리인 밀리터리뿐만 아니라 포멀, 캐주얼까지 넘나들며 넓은 범용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필드 재킷이 주는 남성적이고 빈티지한 분위기는 니트, 수트, 치노, 로퍼와 같은 말끔한 옷과 어우러졌을 때 보이는 대비가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청바지에 낙낙한 품의 M65를 입으면 페미닌함과 대비되어 캐주얼하면서도 시크한 매력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M65 스타일링의 핵심은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M65의 남성적이고 빈티지스러운 분위기를 어떤 옷과 매치를 시켰을 때 '반전되는 매력'을 잘 드러내는지가 포인트. 반전을 이용해 매력을 부각하는 것은 패션에서 뿐만 아니라 미식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단맛을 부각하기 위해 짠맛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처럼 스타일링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M65는 여러 브랜드에서 재해석해서 내놓고 있는데 원형 그대로를 복각한 것부터 디자이너의 해석이 들어간 것까지 정말 다양하다. 특히 토이즈 맥코이는 택시 드라이버에서 트레비스 비클이 입은 야상을 똑같이 재현해냈다. 영화의 팬이라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왼쪽부터 폴로, 토이즈 맥코이, 비즈빔

 그리고 밀리터리, 복각 전문 브랜드가 아닌 발렌티노, 생로랑과 같이 하이패션 브랜드들에서도 M65 자켓을 출시하고 있는데 위와 다르게 조금은 절제된 디테일과 세련됨이 눈에 띈다. 

왼쪽부터 생로랑, 발렌티노

개인적으로 M65 캐주얼한 아이템이지만 코디하기 정말 어려운 아이템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이템 자체는 캐주얼하지만 디테일이 많아 어떻게 다른 옷들과 매치하는지가 어려운 제품. 특히 여자들이 남자친구가 이런 옷을 입으면 싫어하는데 잘못 입으면 거적데기 같아 보이기 때문. 하지만 잘 입으면 이 만큼 멋있는 아이템이 없다. 잘 차려입은 수트 위에 M65를 걸친 한 신사의 모습은 1000만원짜리 코트를 입어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부디 이 글이 M65에 대한 흥미와 관심, 그리고 조금은 스타일링에 대한 팁도 제공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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