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쓰게 했다.

衆人以順境爲樂 而君子樂自逆境中來

by 김순현

과거 나는 오히려 조용한 날보다
부서지는 날들 속에서 나를 더 또렷하게 마주했다.

고요함은 아름다웠지만, 때때로 나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문제없는 하루, 다정한 날씨, 예정된 안부 속에
나는 점점 흐려졌고, 무해한 사람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역경은 달랐다.
감정이 무너질 때, 마음이 헝클어질 때,
나는 나를 더 정확하게 바라보았다.

고통스러울 때면 나는 나를 꼭 껴안아주었다.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마음의 금들을 쓰다듬었고,
그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견디는 중에도 문장을 떠올렸고,
지나고 나면, 그 고통조차 내 삶의 한 단어가 되어 있었다.

나는 고통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역경을 통과하며 알게 된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뿐이다.
상처는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쓰게 했다.
그 기억들이 쌓여, 나는 지금의 나를 읽을 수 있다.

군자는 역경 속에서 기쁨을 찾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내게도 생겼다.
기쁨이란 환희가 아니라,
고통의 끝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어떤 조용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 시간을 버리지 않았다.
하루가 저물 때마다
그날의 무게를 천천히 정리했고,
그 안에서 내 마음의 결을 읽었다.

나를 미워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
그것은 쉬운 감정이 아니라,
오랜 고통 끝에 배운 기술이었다.
내가 나를 껴안고 살아남은 수많은 순간들은
결국 나라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했다.

역경은 이제 내게
고통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나를 가장 깊이 이해하게 해 준
조용하고 단단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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