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입에 익을수록, 당신이 곁에 익는다
당신을 끊어내려 했던 날들이 있었다.
애써 의미를 흐릿하게 지우고,
당신이 나에게 들이밀었던 마음을
계산기 위에 올려보던 날들이었다.
그게 전부였던 줄 알았고, 그게 다여야 했던 때였다.
하지만 그랬다.
다른 이성들을 지나치듯 만나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오래 걸지 못한 끝에
당신이 자꾸 떠올랐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별 얘기 없이 걷는 그 밤에
그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던 사람.
그런 당신을 나는 외면했었고,
그렇게 외면한 내가 스스로도 이상했다.
사랑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사과보다 먼저 용서를 결심하게 된 순간부터였을까.
나는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고,
그래서 더 이상하게도
그 상처 위에 진심을 덧칠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주고 싶다는 감정.
한 사람에게 따뜻해지고 싶다는 충동.
당신의 그늘을 내가 내 손으로 지웠으면 했다.
우리는 함께 울기도 했다.
웃는 날보다, 더 많이.
그건 감정의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속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가정사, 상처, 지나간 관계들.
우리는 자신을 꺼내 보이며 울었고,
나는 그때 알았다.
이 관계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란다는 걸.
지금의 우리는,
소란 없는 좋아함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좋아한다고, 오늘도 말한다.
그 말이 입에 익을수록, 당신이 곁에 익는다.
그저 옆에 누워 숨소리를 나누는 밤이,
우리에게는 가장 깊은 대화다.
연인이자 친구이자 정신의 지지대.
당신은 지금, 내가 믿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사랑이란 이름을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꺼내보려 한다.
우리의 속도에 맞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