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잡은 듯했을 땐 돌아온 건 부러진 감정뿐이었다.

바람이 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어

by 김순현

나는 오래전부터,
말이 없는 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그런 존재가 될 수 없음에도.

나는
잎을 흔들어 누군가에게 손짓했고,
가지 끝을 부드럽게 휘며
내 안의 마음을 열어 보이던 사람이었다.

바람이 불면
그 속에 숨은 기척을 읽으려 애썼고,
그 바람이 내게 닿는 순간만을
오래 기다리기도 했다.

누군가 다가와
내 가지를 가만히 쥐는 일조차,
나는 오래도록 꿈꿨다.
그 손이 따뜻하기를,
그 손이 진심이기를.

하지만 바람은 늘,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였다.

내가 흔든 손짓은
아무도 잡지 않았고,
누군가 잡은 듯했을 땐
돌아온 건 부러진 감정뿐이었다.

한 번 꺾인 가지는
다시 자라지 않았다.

나는 그때 너무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니까.
나도 그렇게,
조금은 기대하고 말했을 것이다.

말은 수액 같았다.
한 번 꺼내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고,
상처 난 자리마다
고요한 아픔이 배어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말이 없는 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바람이 와서 스쳐도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
누가 가지를 잡아당겨도
아무 말 없이 그 계절을 견디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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