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right Cold Day

Dorset Apple Cake

by Literary Potato Peel Pie


1984년 4월 4일,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Nineteen Eighty-four>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오랫동안 생각만 해 오던 일을 마침내 실행에 옮긴다. 그것은 바로 일기를 쓰는 것. 한 인간의 자의식이 세계와 대면한 첫 순간이었다.


영화 <1984>


'완전한 전체로서의 세계'와 자의식은 양립할 수 없다. 자의식은 세계의 균열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세계는 간극을 메우려 한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것들은 애달프다.






사실 이 모티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의 에덴 일화야말로 이 분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선악과를 훔친 죄로 에덴에서 추방되어 영원히 낯선 대지 위를 배회하게 된 인간. 에덴(Eden)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페르시아어인 헤덴(Heden)에서 유래했다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수메르어인 에디누(Edinu)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수메르어 에디누는 '광막한 대지' 혹은 '황무지'를 뜻하는데, '흙에서 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창세기의 구절도 있는 것을 보면 수메르어 유래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메소포타미아는 서양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 T.S. Eliot, The Waste Land-I. The Burial of the Dead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중 제1장 <죽은 자의 매장(The Burial of the Dead)> 일부이다. 윈스턴 스미스에게 그랬듯, 라일락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따뜻했던 대지의 품을 떠나 낯선 세계에 제 가냘픈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봄비는 축복일까 눈물일까? 4월에 피는 라일락은 한두 달의 짧은 생을 살고 죽는다. 기억과 갈망이 한 데 모여, 다시 생을 꽃피우기 전까지.




쓸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배회할 때는 달콤한 케이크를 구워야 한다. 그 전에 잠깐, 에덴의 선악과(Forbidden Fruit)는 무슨 과일이었을지 생각해 보자. 일단 한라봉이었을 가능성은 없다. 한라봉은 비교적 최근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과일이니까. 음, 아마 사과에 가까운 어떤 과일이었을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Adam's apple'이란 단어도 있잖은가? 요즘 들어 사악해진 사과 값을 봐도 역시 그렇다. 구매가 매우 강력하게 방지되고(forbidden)있으니 말이다. 신은 왜 시장(market)의 힘을 이용하지 않고, 다만 인간의 의지에 미래를 맡겨두었던 걸까? 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바보일 뿐.


무튼 비싼 사과로 만드는 케이크에 실패를 허용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도싯 애플 케이크(Dorset Apple Cake) 굽기로 한다. 도싯은 영국 남서부의 도시로서 데번, 콘월, 서머셋과 함께 묶어 '웨스트 컨트리(West Country)'라 불리는데, 이 도시들은 저마다의 애플 케이크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그 케이크들을 통틀어 '웨스트 컨트리 애플 케이크'라고 부른다. 참 예쁜 이름이지 않은가? :)




먹고 남은 사(악)과로 만든 도싯 애플 케이크
12cm 원형 한 개


통밀 박력분 85그램

베이킹파우더 3/4 티스푼

천일염 1/8 티스푼

시나몬 or클로브 or넛멕 분말 중 있는 것 1/8 티스푼

버터 56그램

황설탕 63그램

달걀(껍데기 무게까지 약 55~60그램인 것) 한 개

우유 15그램

사과 작은 것 한 개

데메라라 설탕(없으면 생략 가능)


버터와 달걀, 사과를 준비한다. 버터와 달걀은 상온에 꺼내 두세 시간 정도 두고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 깍둑썰기해 놓는다.


오븐을 190°C로 예열한다. 버터에 설탕과 달걀을 넣어 크림화한 뒤에 밀가루와 분말류를 넣어 대충 휘저은 후 우유와 사과를 넣어 섞는다.


팬에 반죽을 넣고 반죽 위에 데메라라 설탕을 듬뿍 뿌려준 후 굽는다(170°C 35~40분).


- 클로티드 크림이나 다른 휘핑한 크림류 혹은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 사과는 산미가 있는 단단한 품종의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