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Loaves Not War

Soldiers and a Cuppa

by Literary Potato Peel Pie


영화 <1984>

“Two gin-scented tears trickled down the sides of his nose. But it was all right, everything was all right, the struggle was finished. He had won the victory over himself. He loved Big Brother.”

― George Orwell, Nineteen Eighty-four, 1949


1984년 4월 4일 세계의 틈에서 태어난 윈스턴 스미스, 그 잠깐의 '생(生)'은 균열의 봉합을 끝으로 운동을 멈춘다. 지난한 투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탕자를 품에 안은 빅 브라더(Big Brother), 그리고 평화로운 안식. 행복한 결말이다. 흐르는 눈물은 다만 지나간 기억들의 덧없는 잔해일 뿐.






몇 년 전 더블린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얘기다. 초여름이었는데 나만 빼고 거의 모든 이들이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은 어두웠고 사람들의 표정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공항 밖의 카페에선 뜨거운 홍차를 팔았다. 홍차와 비스킷 하나를 주문하고, 발 밑에 쌓인 죽은 잎들의 무더기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너무 추워서 겉옷을 꺼내 입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짐가방은 프랑크푸르트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 분실 신고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미리 표를 구입해 두었던 코크행 버스도 떠나고 말았다.


그 때의 분실물 접수증


그런 날씨와 환경이, 브리튼 제도의 사람들로 하여금 차(tea)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게 아닐까?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은 오후에, 마음의 가장 어두운 안쪽에까지 침범하는 쓸쓸하고 고요한 생각들을 지켜봐야 할 때 따뜻한 홍차 한 잔 만큼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찻잔의 온기가 사라지고 남은 최후의 한 모금을 삼키기 전까지는, 존재의 행(혹은 불행)을 머금고 있을 수 있는 순간을 부여받는 것이다.






“This is one of the most controversial points of all; indeed in every family in Britain there are probably two schools of thought on the subject. The milk-first school can bring forward some fairly strong arguments, but I maintain that my own argument is unanswerable. This is that, by putting the tea in first and stirring as one pours, one can exactly regulate the amount of milk whereas one is liable to put in too much milk if one does it the other way round.”

― George Orwell, A Nice Cup of Tea, 1946


1946년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London Evening Standard)에 조지 오웰이 올린 기고문 중 일부다. 차 애호가로도 유명했던 오웰은 역시 영국인답게 별 시답잖아 보이는 일에도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며 열심히 싸웠던 것으로 보인다. 무튼 차를 둘러싼 논쟁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문제는 이것이었다: 홍차가 먼저인가, 우유가 먼저인가?


, 햄릿의 고뇌에 견줄만한 인생의 난제가 아닌가?! 반대파의 비난이 걱정되지만 미리 실토하기로 하자. 나는 홍차를 먼저 붓는다. 오웰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가끔은 우유를 먼저 넣을 때도 있다. 내가 느슨해진 틈을 타 내 안의 그 애(그렇다, 감자껍질파이다)가 의식의 표면으로 등장할 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에 생뚱맞은 문장을 투척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그 녀석!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또 한참 동안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 이쯤에서 싸움은 그만두고 빵을 굽는 게 좋겠다. 존 레논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Make LOAVES not war'라고 말이다!



My Soldiers and a Cuppa


오늘은 오랜만에 식빵을 구워서 솔져스(soldiers)라고 불리는 영국식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여기에 달걀을 곁들이면 Eggs with soldiers가 되는데 오늘 내 아침 식사엔 달걀이 빠졌으니 그냥 Soldiers and a cuppa라고 하면 되겠다.



영화 덩케르크<Dunkirk>


토스트를 만든 이후부터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눅눅해진 토스트는 불은 라면보다 더 나쁜 것이니, 저 다급한 손놀림과 경박한 혀마중은 너그러이 이해해주도록 하자. 무튼 영화 덩케르크(Dunkirk)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역시 차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장면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반대파(토스트 삼각 커팅파)의 발작 버튼을 누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렬종대로 다소곳이 누워 있는 저 직사각형의 soldiers! 아, 우리들에게,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토스트 쪽씩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그것이 삼각형이든 사각형이든 간에 말이다.




무반죽주의자의 비폭력 식빵

각잡힌 이등병 틀 한 개(10cm)


강력분 1 1/2컵

버터 35그램

설탕 한 숟가락

천일염 3/4t

인스턴트 이스트 1/4t

물 1/2컵+두 숟가락(계절과 밀가루 특성에 따라 가감)


22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190도로 낮춘 뒤 약 30분


작가의 이전글A bright Cold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