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r Knights of Windsor
My golden locks Time hath to silver turnd.
O Time too swift, O swiftness never ceasing!
My youth 'gainst time and age hath ever spurnd,
But spurnd in vain. Youth waneith by increasing.
Beauty, strength, youth, are flowers but fading seen,
Duty, faith, love, are roots, and ever green.
— George Peele, "A Farewell to armes", Polhymnia, 1590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조지 필이 1590년 엘리자베스 1세의 여왕의 날(Accession Day tilt)을 기념하여 헌정한 시의 일부다. 퀸즈 챔피언(Queen's Champion)이었던 헨리 리 경(Sir Henry Lee of Ditchley)의 퇴임을 축하하며 앞날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치열했던 삶의 전반전을 마친 노장의 여생은 어땠을까? 기록에 의하면 헨리 리는 퇴임한 그 해에 아내와 사별했고, 여왕의 시녀(maid of honour)였던 정부와 함께 이십여 년을 함께 산 뒤 생을 마쳤다. 퇴임 7년 차인 1597년에는 오더 오브 가터(The Order of the Garter)의 기사단(Knights)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까지 얻었으니, 조지 필의 걱정과는 달리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더라는 얘기다.
엘리자베스 2세, 그 누구보다도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빛나는 한 세기를 살고 간 여자. 필립 공을 만나고 함께 사랑했던 시절은 그녀의 화려했던 백여 년 중에서도 '화양연화'였다고 일컬을 만하다. 젊은 날의 필립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꽃 같던 시절은 지나가고 남은 건 빛바랜 사진 뿐이지만 먼지 쌓인 액자 너머에서 두 연인은 영원히 함께다.
여왕이 죽기 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윈저성(Windsor Castle)에서는 매년 6월 가터 데이(Garter Day)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가터 기사단의 연례회쯤 되는 행사랄까? 지난 2023년은 약 70여 년 만에 기사단의 주권자(The Sovereign)가 바뀐 해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여왕의 시대는 저물었고, 남겨진 사람들은 이제 오늘의 해가 떠오른 세계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귀족 신분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급 내에도 격차는 있는 법. 윈저성에는 예로부터 '가난한 기사들(Poor Knights)'이라고 불리는 무리가 있었다. 프랑스와의 전투-Battle of Crécy-를 치르는 과정에서 영지와 재산을 잃고 무일푼이 된 퇴역 장교들이 윈저성에 더부살이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인데, 국왕(에드워드 3세)으로부터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충성과 봉사를 제공한 일종의 용역계약직이라고 보면 되겠다. 명예혁명과 신자유주의의 나라다운 참으로 나이스한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닐 수 없는데, 프랑스였다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레볼루숑해 버렸을 상황 아닐까?
레볼루숑은 먼 나라의 일, 지금은 내 장(腸) 속 주민들의 쿠데타를 진압할 때다(밥먹을 시간이 한참 지났다). 지난 번에 먹고 남은 군인 식빵을 달걀에 부쳐 먹을 생각으로 상온에 미리 하루 정도 방치해 두었다. 오래 두고 먹을 생각이라면 냉동 보관하는 게 좋다. 첨가제나 보존제를 넣지 않은 식빵의 화양연화는 짧디 짧아서, 굽고난 직후부터 노화가 시작돼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노년기에 접어들고 만다. 늙은 빵을 좋아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늙고 못쓰게 된 이 빵이 꼭 필요해지는 때가 있으니 바로 '윈저의 가난한 기사들(Poor Knights of Windsor)'이라 불리는 영국식 빵 뻬르뒤(Pain Perdu)를 해먹을 때인 것이다!
이 음식에 윈저의 가난한 기사들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그러나 앞선 이야기보다 더 슬픈 사연이 있다. 당시 귀족들에게는 식사 후에 디저트를 챙겨먹는 일종의 관습이 있었는데, 윈저성에 더부살이하게 된 가난한 기사들이 매 끼니 디저트를 갖춘 식사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바로 이 윈저의 기사들이었다는 얘기다. 먹고 남은 빵에 달걀물을 입혀 구운 뒤 잼이나 설탕과 함께 먹었던 것. 아, 이 정도면 정말 레볼루숑각 아닐까?
그렇지만, 그들의 몰락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명분이 삶의 8할인 이들에게, 불멸의 영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무언가였을 테니 말이다.
To make poore knights.
Cut two penny loaves in round slices, dip them in half a pint of Cream or faire water, then lay them abroad in a dish, and beat three Eggs and grated Nutmegs and sugar, beat them with the Cream then melt some butter in a frying pan, and wet the sides of the toasts and lay them in on the wet side, then pour in the rest upon them, and so fry them, serve them in with Rosewater, sugar and butter.
— The Compleat Cook, 1656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