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은 참고서일 뿐, 답안지는 당신의 몫

프롤로그

by 불안정 온기

참고서와 답안지의 차이


감성 에세이를 읽으러 오는 많은 사람들이, 해당 글을 나에게 딱 맞는 답이라 믿는다. 내 부족함이 조금이라도 빨리 메워지길 바라는 조급함이 그럴듯한 글 한 편 읽고 순간적인 위로를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순간적 위로가 쌓인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이 깃들지는 않는다. 글쓴이와 당신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은 비슷할 수는 있어도 다르다. 그래서 필요한 해답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 편의 에세이가 ‘참고서’가 될 수는 있어도, ‘답안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베개가 마를 틈 없던 밤


대학교 3학년 겨울, 나는 흔한 짝사랑을 했다.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끝난 사랑은 내 자존감을 산산이 부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조차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은 밤마다 베개를 적셨고, 바람 빠진 타이어가 눌리듯 매 순간 한숨을 뱉었다.



룸메이트의 느슨한 가이드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던 룸메이트에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시간이 해결해 줄 거는 알지만, 지금 시간이 너무 괴롭다. 자꾸 스스로 부족한 부분만 생각나니까 한숨만 나오드라. 나는 인제 어떡해야되노?”


룸메는 다정한 목소리로 책 한 권을 내밀며 말했다.


“이 안에서 너에게 맞는 부분만 받아들이고, 아닌 건 과감히 버려도 괜찮아.”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 말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느슨한 가이드였다. 선택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혼자 하는 내면 보강 작업


나는 그 책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 몇 권을 더 곁들여 읽었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저자마다 결이 달랐고,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하는 모습을 통해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그 깨달음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책 속에서 건져 올린 문장과 스스로 갈무리한 해석이 쌓이자, 흔들리던 내면은 단단해져 갔다. 쌓인 작은 결정들이 내 자존감을 받쳐주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당신에게 드리는 부탁


이 글은 오롯이 내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작은 철학을 기록한 것이다. 공감된다면 함께 일렁여 주었으면 좋겠다. 반대로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시각을 들려주길 바란다.


내가 읽었던 여러 에세이의 목소리가 하나의 답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 글 또한 당신의 답이 아닐 수 있다. 어떤 것을 얻고 어떤 것을 흘려보낼지는 당신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내 이야기가 만들어 낸 온기가 당신을 따뜻하게 한다면, 이미 이 글은 존재 이유를 증명한 셈이다. 내 솔직한 기록이 당신을 한층 단단하게 만든다면 그저 힘 있는 펜으로 자신만의 답안지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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